[리뷰] 사람이 사람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바다가 보인다. 사람이 보인다. 다시 물결이 인다. 그 물결은 당연히 바다일까?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이런 질문으로 문을 연다.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는 형 토오루(오다기리 죠)의 말을 믿고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온다. 형과 동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토오루의 말과는 조금 다르다. 정리된 것 없는 사무실처럼 토오루의 사업도 그렇다. 계획한 화장품 사업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며 물거품이 됐고, 두 번째 안으로 계획한 미역 사업을 위해 강릉을 향한다.
솔(최희서)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가에서 노래한다. 안내방송이 나오면, 설상가상으로 반주가 꺼지기까지 한다. 반주가 꺼지면, 솔은 입모양으로만 어찌저찌 노래를 맞춰간다. 솔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동생 봄(김예은)과 무능력한 오빠 정우(김민재)와 함께 산다. 누구 하나 번듯한 사람 없는 삼 남매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서울을 떠나 엄마의 기일에 맞춰 강릉을 향한다.
두 가족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다. 토오루는 솔과 봄 자매와 어떻게든 잘 해보려는 생각으로 일행을 자처한다. 츠요시 역시 솔의 눈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 일본 형제가 정우는 마땅치 않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우린 애초부터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관계야"라는 것이 정우의 속내다. 두 가족의 길 위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일본 형제와 한국 삼 남매의 로드무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은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가는 길은 대부분 뜻대로 펼쳐지지 않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은 때로는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뜻밖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아시안 필름 어워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시이 유야 감독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질문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길의 끝에서 '아, 사람이 사람에게 천사가 되어줄 수도 있구나'라는 소중한 감동을 얻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이를 만들어간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는 토오루와 찰떡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공기인형'(2010)에서 한국 배우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고, 영화 '마이웨이'(2011) 등 한국 스태프와 호흡을 해본 경험을 살려, 한국에 온 일본인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담아낸다.
배우 최희서, 김예은, 김민재의 활약도 눈에 띈다. 최희서는 가수의 꿈을 꾸는 '솔' 역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솔이 빨리 연기하기를 원하는 나와 닮아있더라"고 말한 바 있는 만큼 캐릭터와 착 붙는 모습을 보여준다. 닮아있는 곳 하나 없지만, 김민재, 최희서, 김예은이 이질감 없이 삼 남매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세 사람의 연기의 몫이 크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이시이 유야 감독이 한국에서 한국 스태프들과 함께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오다기리 죠는 "달라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 시작하는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김예은은 "감독님이 한국어를 잘 모르셔도 음성이나 눈빛을 캐치하셨다. 신기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봉을 하니 같이 일했던 감독님, 스탭들, 배우들이 더 그리워진다"고 했다. 제목처럼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언어를 넘어 일본 감독과 배우,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만나 행복했던 현장은 영화 그 자체로 담겨 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 대해 "일본 영화도, 한국 영화도, 합작 영화도 아닌 완전히 자유롭고 새로운 영화"라고 전했다. 코로나 19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 두기'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치유를 받는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을 통해 이를 마주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오늘(28일) 개봉. 상영시간 1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