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속도 내는 ‘디지털 농업’, 뒤처진 제도와 규제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전 세계 농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 가속하는 기후 변화와 고령화, 식량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디지털 농업은 급부상했다.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재배와 수급이 더욱 불안정해지리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식량 작물 경작지는 급격히 줄고 있다. 또한, UN이 2050년에 세계의 인구가 100억을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환경 문제, 농촌의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현재 인류는 심각한 식량 부족과 식량 안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이 앞으로의 식량 부족과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로봇과 드론·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 장비·기술을 이용해 생산과정과 농업경영 전반의 자동화·스마트화를 추진하는 등 디지털 농업 확산에 필요한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3월 농촌진흥청은 2025년까지 데이터를 기반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농업 촉진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농업 촉진 기본 계획은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스마트팜 등 시설 농업의 디지털 혁신 경험을 노지와 축산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 농업 기술 개발을 통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편리성 및 환경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설비 구축을 위한 막대한 예산과 보급, 청년 농업인 육성과 교육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설치한 스마트팜은 수익 저조로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현재 여러 곳에서 따로따로 축적 중인 농업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표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농업 기술 혁신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농업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디지털 농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시작 단계에 올라선 디지털 농업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관련 기관이 농업인에 대한 디지털화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국내 디지털 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한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농장 규정은 노지와 비닐하우스로 제한되어 있어, 데이터 기반의 농업 적용이 쉽지 않다. 디지털 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정부 정책도 빠르게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