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현승, 40kg이나 체중을 감량하며 다가선 '배우의 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는 눈에 띄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되었다가, 한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제이미(신현승)다. 너무나 순수해서 세완(박세완)에게 늘 당하고 사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자리한다. 배우 신현승이기에 가능했던 '제이미'였다.
신현승은 '제이미' 역에 오디션으로 캐스팅 됐다. "새로운 얼굴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신현승이 뽑은 감독님은 "이 친구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뽑았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신현승은 "운이었다"고 했지만, 카카오M이 개최한 통합 오디션에서 5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웹드라마 '오늘부터 계약연예'의 이승민 역까지 맡게 된 것을 보면 '운'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력이라고 하기엔, 저와 비슷한 또래에 잘 생기시고,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요. 그분들보다 뛰어나다고 스스로 장담은 못 할 것 같아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운 좋게 들어갔고, 운 좋게 잘 봐주셨고요. 그 덕분에 더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이미는 세완과의 러브라인과 동시에 미스터리를 담당하고 있다. 제이미의 정체는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다음 회를 빨리 누르고 싶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처음 만난 제이미는 신현승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처가 많은 친구였어요. 어머니가 유명인이다 보니, 제이미가 아닌 어머니에 대한 관심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살아온 인물이죠. 그래서 사람에게 벽을 두는 캐릭터였는데요. 사실 도도하고 시크한 면이 있는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맡으면서 제이미가 좀 더 따뜻하고 품어주고픈 친구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희가 리딩 기간이 길었거든요. 일주일에 네 번 정도를 저희끼리, 혹은 감독님도 같이 만났어요. 거의 두 달 가까이 이야기하면서 캐릭터가 더 확실하게 잡혀간 것 같아요."
신현승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가 공개된 후 총 두 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게 됐다. 마냥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공개된 순으로 보면 웹드라마가 먼저지만, 촬영 순서대로 하면 신현승의 첫 촬영작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다. 그래서 더 떠오르는 장면들도 많고, 아쉬운 장면들도 많았다.
"기자회견장에서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해'라고 하는 그 장면이 사실 너무 명장면이잖아요. 그걸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계속 돌려보기도 했어요. 김은숙 작가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웃음)"
신현승은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연기를 가르쳐 준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캐릭터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 사소한 거 하나까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되면, 친한 친구들끼리 성대모사하고, 닮는 것처럼,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어요. 제이미도, 승민이도 그렇고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신현승의 고등학교 시절은 평범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지각, 결석도 없는,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모범생이었다.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께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싫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연극을 보러 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바다가 배경이고, 등대가 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시고, 파란 물결이 치는 조명이 있었어요.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는데, 그 잔잔한 소리에 5분 만에 잠이 들었어요. 커튼콜 때 일어났는데,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너무 행복하게 서로에게 손뼉을 쳐주고 있더라고요. '나는 재미가 없어서 잤는데, 저 위에선 재미있나' 궁금해 졌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놀라셨다. '예술 분야는 타고 나야 한다, 집안에서 그런 사람이 있어서 끼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몸무게가 세 자릿수였던 신현승에게 부모님은 조건을 하나씩 걸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이 조건을 완수해봐라.' 그런데 기적처럼 그게 됐다.
"조건이라는게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될 수 있던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 시험에서 뽑아주고, 학교에 들어가고, 이런 건 제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연기 학원에 다녔었어요. 원장 선생님도 처음에 안경 끼고 덩치 큰 남학생이 들어오는데, 얘를 어떻게 돌려보낼까 생각하셨대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3개월 있다가 이런 시험이 있는데, 떨어지면 학원에서도 안 받아주겠다'고 어머니와 모종의 거래를 하셨어요. 그런데 덜컥 된 거죠. 제가 3개월 동안 살도 엄청나게 뺐어요. 거의 30kg 정도를 감량했으니까요. 지금 몸은 대입을 준비하며 10kg 정도를 더 뺀 거예요."
무려 40kg이나 체중을 감량했다. 그런데 신현승은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보여줄 방법이기도 했다.
신현승은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18학번이다. 학생회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캠퍼스 라이프가 아쉬울 수 있겠다는 말에 "저는 그래도 MT 등 다 같이 하는 걸 해봤는데, 요즘에는 아무리 회의해도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한 것 같아요. 저는 재미있게 다녔습니다"라는 선배다운 답변이 돌아온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챙기는 것도 체질이다. 친해진 연예인을 묻는 간단한 말에도 누구 하나 누락된 사람이 있을까 봐 함께 작품 한 모든 배우들라고 답하는 그다. 과연 이런 신현승이 꿈꾸는 배우는 뭘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하는 당찬 포부는 없어요. 재미있어서, 좋아서 선택한 길이에요. 그 감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 노력해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만큼,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아는 그런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