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인국이라는 이름에 담긴 가능성
서인국이라는 이름에는 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슈퍼스타K' 우승자 출신의 가수이고,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첫사랑 소년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가수이자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하게 만든 스타로 꼽힌다. 그런 서인국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을 연출한 유하 감독과 함께다. 영화 '파이프라인'에 관심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파이프라인'은 석유가 흐르는 석류관을 뚫어 기름을 빼돌리려는 도유의 세계를 담고 있다. 핀돌이(서인국)는 도유의 세계에서 천공의 명수로 이름이 난 인물.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는 1인치 구멍을 그는 100%의 성공률로 뚫어내 도유를 성사시킨다. 그런 그에게 거액의 제안이 온다.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가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한 거대한 도유판을 제안한 것. 핀돌이는 접새(음문석), 나과장(유승목), 큰삽(태항호), 카운터(배다빈)과 함께 관광호텔에 모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지하 라이프가 시작됐다.
"유하 감독님께서 언론시사회 때 말씀하셨는데요. '비루한 인간들의 카니발'이라고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아마추어를 모아서 땅굴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어설프죠. 그 안에서 아등바등하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고요. 그런 비루한 사람들이 상황을 극복하고 사람으로서 쌓아가는 정들이 재미있었습니다."
"핀돌이 캐릭터가 재미있는 게 뭐냐면요. 대한민국에서 천공의 달인이라고 설명이 돼 있는데요. 자료조사 하면서 알게 된 건요. 실제 도유꾼들 사이에서도 천공을 하는 사람 이름은 절대 발설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핀돌이가 그렇게 자신을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하며 안하무인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던 거죠."
'파이프라인'을 알기 전, 도유의 세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합류를 결정하고 자료조사를 해나가면서 핀돌이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1인치 드릴을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 세계에서 대단한 일인지에 대한 것이다.
"실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실패해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1인치가 정말 말도 안 되고 위험한 설정이거든요. 구멍의 크기에 따라 기름을 빼내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건우가 '1인치에서 2인치로 바꾸자'고 할 때, '위험하다'고 한거죠. 핀돌이가 더욱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보이기 위한 영화적 설정이었습니다."
핀돌이가 되기 위한 준비도 했다. 용접 기술을 가진 접새 역의 배우 음문석과 실제로 용접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핀돌이가 아트 용접을 취미로 하는 극중 설정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실제 아트용접을 하는 작업실에서 용접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뜨겁고, 무서웠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고, 음문석 씨와 저는 개인적으로 손재주가 있는 편 같더라고요. 빠르게 습득했고요. 실제 촬영 때는 아트 용접도 어느 정도 했습니다.(웃음) 드릴 같은 경우도 전문적으로 잡는 법을 여쭤봤는데, 핀돌이는 그만의 감으로 천공을 한다고 하셨어요. 몸의 미세한 각도와 드릴의 마찰음을 통해 딱 1mm만 남기고 뚫는 거죠. 그래서 거기에 더욱 집중해 표현했습니다."
도유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이들의 모임은 처음부터 운명적이지도 않았고, 의리를 지키지도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인 사람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이들을 점점 하나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서인국,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도 그랬다.
"촬영하기 전부터 배우들끼리 따로 모여서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음문석씨가 주축을 많이 해주셨고요. 카페에서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합도 맞춰보고, 그러면서 빨리 친해졌어요. 너무 친해져서 촬영하면서 많이 배려했던 현장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유승목 선배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만 뵙고 무서우신 분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과장과 결이 비슷하세요. 과묵하면서도 유머러스하시고 다정다감하세요."
서인국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의 엔딩 부분에 핀돌이가 위험한 결정을 하려는 장면이 있어요. 맨홀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는데요. 그 장면을 찍을 때도 핀돌이 느낌 그대로 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핀돌이는 충분하니, 이 장면만큼은 핀돌이의 더 깊은 곳을 건드리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핀돌이의 얼굴보다는 내면에서 머금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 장면이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서인국은 '파이프라인'으로, 영화 '노브레싱' 이후 약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장르나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로서 도전을 계속해 온 그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도 다르지 않다.
"저는 캐릭터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핀돌이도 막장에서 일하는데 그 티를 내지 않죠.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천공의 명수지만, 건우의 위험한 계약에 휘말려 비루한 인간들과 극복해나가는 면이 매력 있었고요."
"'멸망'은 인간과 신의 중간 관리자죠. 멸망을 담당하는 중간 관리자인데 사람과 같이 만들어졌어요.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져서 수천 년 동안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보는 슬픔을 내면에 안고 있는 캐릭터예요. 그렇게 큰 슬픔을 가지고 수천 년을 살아왔다는 캐릭터가 매력 있었던 것 같아요."
'파이프라인'의 개봉을 앞두고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예능을 어려워하는 편이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자신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서인국의 솔직한 일상을 담아냈던 '나혼자 산다'의 출연을 여전히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딸기를 패키지 채로 물에 한 번 헹구어 씻었던 모습을 말이다.
"그 당시에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어요. 그런데 저처럼 씻어먹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분이 그 부분을 충격적으로 생각하시다 보니, '잘못됐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베이킹소다를 풀고, 식초도 풀어서 진짜 열심히 씻어 먹어요. 저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서요. 개인적으로 과일 씻어 먹는 습관이 잘 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열심히 씻어 먹고 있습니다."
계획하고 있는 것도 있다. 팬들에게 선물이 될 만한 유튜브 콘텐츠도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노래를 커버하거나, 노래 작업을 공개하거나 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한계'라는 말보다 어떤 도전에도 '기대'하게끔 한다. 그런 그에게 고민의 지점이 있을까.
"몇 년 전에 감정이 메말라가는 느낌이 있었어요. 작은 것에도 행복과 감사함을 느꼈는데, 어느 때부터 굉장히 무덤덤해지더라고요. 속으로 '왜 행복감을 못 느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당시 충격을 받았어요. 다행히 인지했고, 일부러 더 사람도 만나고, 감정적인 교류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완전히 괜찮은데, 힘든 시기도 있었답니다."
요즘 서인국은 가수로서의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수면 위로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활동이 바로 음악이다.
"제가 데뷔한 지, 약 13년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가수로서 아직 정규앨범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이 있어요. 공식적인 음악 활동이 뜸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친한 작곡가 형과 음악 작업도 하고 있고, '멸망' OST도 참여하기로 했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정규앨범으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