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중기가 '빈센조'에 '맞춤'이 되어간 이유
역시 송중기였다.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를 통해 인생작을 경신했다. 매 작품이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큰 사랑을 받아 온 그는 이번엔 타이틀롤에 이미지 변신까지 시도했다. 7.7%라는 성공적인 시청률로 시작한 '빈센조'는 20회차까지 쉴 틈 없이 달리며 시청층을 다졌고, 최종회 시청률 14.6%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빈센조', 송중기가 있었다.
드라마 종영 후 화상으로 마주한 송중기는 "종영 소감 말하기가 제일 싫어요. 끝났다는 거니까요. 이번처럼 21부 대본을 보고 싶었던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인터뷰 안 하고 촬영하러 가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국내 드라마계에선 생소한 마피아 소재를 유연하게 펼쳐낸 그는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안방극장의 호평을 이끌었다. 소재도 소재이지만, 배우 개인으로서도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던 작업이었다. 송중기는 어떤 점에 끌렸을까.
"저는 박재범 작가님이 쓰시는 장르가 되게 하이클래스인 것 같아요. 주성치 감독님의 '쿵푸허슬'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장 쓰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코미디 장르가 베이스에 깔려 있지만, 속 안에 들어가면 정서가 딥하고 페이소스가 강한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빈센조'를 도전했던 가장 큰 이유죠"
극 중 빈센조는 이탈리아의 유명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변호사이자 조직의 배신으로 도망자 신세가 된 인물이다. 이탈리아 국적자인 그는 부모님의 나라 한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들을 처단한다. 마피아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생소한 소재다. 자칫 모험일 수도 있는 설정이었건만, 송중기는 오히려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타이틀롤로서 작품을 이끌어야 했던 그는, '빈센조'가 모두의 힘으로 이끄는 내용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했다.
"부담감이랄 건 없었고, 드라마 설정 자체에 동의를 하고 매력을 느꼈어요. '이런 설정이 먹힐까? 너무 오버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의견도 들었었고. 제 개인적으로는 확신이 있어서 부담은 전혀 없었고, 작가님께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설정한 최고의, 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작품 선택하고 초반 촬영할 때만 해도 그런 거에 대한 감흥이 없었어요. 원톱물이라는 거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신경도 안썼는데 방송이 시작하면서 '아 그렇지 내가 이 드라마 타이틀롤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제 힘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해서예요. 오히려 내가 원톱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선택을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극 초반 송중기가 이탈리아 마피아로 등장했을 때, 다소 이질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 소년미 넘치거나 선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가 냉혈한 얼굴로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이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송중기는 작품이 전개될수록 점점 샤프해진 모습으로 날카로운 마피아 비주얼에 찰떡 싱크로율을 맞춰갔다. 액션이 많아서였을까.
"촬영하다 보니 살이 빠진 것도 있지만, 처음에 잡았던 캐릭터랑 제가 촬영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일부러 살을 더 많이 뺐어요. 제 판단 미스였죠. 다른 이유는 없어요. 초반에는 연기 톤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인물일지는 몰랐어요. 점점 후반부 대본을 받으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상상 이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반 판단을 버리고 캐릭터를 다시 잡았죠"
송중기가 현장에서 불리는 별명이 있다. '송반장'이다. 연륜 있는 선배 배우들조차도 송중기를 '반장'이라 부르며 따랐다. 평소 조연 배우들까지 살뜰히 챙기는 송중기의 면면을 본 동료들은 '송반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송중기는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이유가 동료 배우들의 배려 덕이라고 말했다.
"별명이 붙은 건, 그냥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인 것 같아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연출하시는 분이 힘들거든요. 저희는 각자 캐릭터를 생각하지만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 스태프들은 저희를 한 명씩 다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요. 그런 의미에서 연출님을 도와드리고 싶었고, 제가 주연 배우이다 보니까 선후배를 떠나서 동료분들이 저를 '반장님'이라고 불러주시면서 따라와 주셨어요. 저를 따라왔다기보다는 감독님을 덜 힘들기 하기 위해서 다 같이 모인 것뿐이죠"
"원래 오지랖이 많은 성격이고요. 이번에는 제가 (현장이) 좋아서 더 많이 부각된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보이려고 행동하는 편은 절대 아니고요. 너무 좋다보니까, 실제로 하니까 그렇게 보여진 것 같아요"
똘끼 충만한 독종 변호사 '홍차영' 역의 전여빈과는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적당한 러브라인과 협동으로 악인을 처치하는 과정은 안방극장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송중기는 선배로서 배우 전여빈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만큼 전여빈과의 호흡에 극찬했다.
"전여빈 배우와는 그 어느 배우를 통틀어서 최고로 정이 많이 붙었어요. 가장 호흡이 좋았고 제일 많이 붙어있었거든요. 빈센조와 차영이가 항상 같이 다니다 보니까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죠. 여빈 씨가 심성이 참 좋은 친구예요. 배려심도 많고 같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천성이 있어요"
"여빈 씨의 열정은 다 느끼셨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생각 하면 소름이 돋는데, 여빈 씨가 춤추는 장면에서 저희 '작두 탔다'고 했어요. 그 에너지는 절대 쉽게 나올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에 전여빈이라는 엄청난 배우의 시작을 함께해서 영광이고, 앞으로 제가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배우가 될 거예요. 몇 년 지나면 제가 '그때 여빈이랑 연기해서 영광이었다'라는 말이 와닿을 것 같아요"
19회에서는 영화 '올드보이' 속 복도 액션신을 연상케 하는 롱테이크 액션 신이 담겼다. 전작 '태양의 후예'에서도 액션 신이 있었지만, 이번엔 더 날 것의 액션이었다. 그럼에도 완벽한 합으로 군무 같은 액션신을 만들어낸 송중기는 스스로 "액션에 능력이 있는 배우는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실제로 저희 무술감독님이 '올드보이' 복도 신에 등장하시는 분이기도 해요. 제가 최고로 믿는 무술감독님이라 신뢰가 깊어서 시키는 대로 했어요.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해주셔서 저는 어렵지 않았고, 이 자리를 빌려서 무술감독님께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이시라 이 액션이 왜 나와야 하는지를 알고 하시는 분이라 시너지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빈센조'를 성공적으로 마친 송중기는 이제 영화 '보고타' 촬영에 나선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던 '보고타'는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촬영이 잠정 연기됐었다. '보고타' 촬영 때문에 영화 '너와 나의 계절'까지 하차했건만, 결국 코로나 탓에 '보고타' 마저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다행히 올여름께부터 촬영 재개가 결정됐다.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일적으로 8개월 동안 달려서 쉬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보고타'라는 영화를 못 마쳐서 이번 달 말부터 준비를 할 것 같고, 그 이후로는 차기작을 어떻게 할지 영화 촬영하면서 결정이 날 것 같아요. 너무 하고 싶은데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 생기면 쉬지 않을 생각이에요. 저도 이런 사태가 처음인데 (코로나19로) '보고타' 촬영이 중단됐기 때문에 주연 배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작품 잘 끝내는 게 올해의 최고 계획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