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화상 인터뷰 / 사진: 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온 배우 천우희가 이번엔 '가장 평범한 청춘'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천우희는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여느 청춘 '소희'로 분했다. 엄마가 운영하는 헌책방 일을 도우면서 아픈 언니 '소영'을 살뜰히 챙기는 소희.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오던 그에게 소소한 변화가 찾아온다. '소영' 앞으로 도착한 편지에 호기심을 느낀 소희는 답장을 보내고, 그녀의 일상은 기다림으로 물든다.

천우희의 대표작 하면 '써니', '한공주', '곡성'이 떠오른다. 대표작에서 다크하거나 광기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소화해낸 그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통통 튀는 매력을 갖춘 공감캐로 변신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전혀 다른 모습. 청순에 청초, 그리고 선함을 가득 담은 인물로 분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 전, 천우희와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라던 천우희는 긴장한 듯하면서도 매 질문에 꼼꼼히 생각하고 답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소희는 당돌하다는 점에선 그동안 천우희가 보여준 캐릭터와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엔 날카로움이 전혀 없다. 오히려 순수함에서 나오는 강단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천우희 역시 소희의 그런 매력을 캐치했다. 자신과 결이 닮은 소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당돌하지만 날카롭지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본인의 이야기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날이 선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소희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저와 결이 비슷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소희는 저보다 더 얌전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어 이번에도 청춘물로 돌아왔다. 장르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임진주'와 '공소희'는 젊다는 것밖엔 공통점이 별로 없다. 천우희는 그 점에서 더 매력을 느꼈다. 다른 결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입체적인 모습을 더 담아낼 수 있어서다.

"'멜로가 체질' 때에는 갓 서른을 넘기기 시작한,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는 청춘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청춘이에요. 청소년기를 떼고 진짜 성인으로서 자유를 얻게 된 거라 소희를 연기하면서 풋풋함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죠. 지금 상황에 나름대로 굴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 SNS로 모든 것이 통하는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일깨운다. 소희와 영호의 시대는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거나, 기껏 하더라도 통화밖에는 없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애꿎은 종이를 구겨가며 편지를 써 내려간 순간, 빨간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러브레터는 아니다. 소희와 영호 사이에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두 주인공이 편지로 소통하기에, 배우들 역시 마주할 일이 많지 않았다. 연기자로서 감정을 공유하기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다.

"어려울 수 있겠다 싶기는 했어요. 하지만 최대한 상대방을 상상하는 게 가장 주된 큰 목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들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내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떨까. 어떤 글을 써줄까 하는 상상력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감정선을 잡는 것에 노력했다기보다는 상상력이 필요했죠"

"강하늘 씨와의 에피소드가 많지는 않았어요. 연기를 서로 주고받는 게 아니어서 케미랄 게 없었어요.(웃음) 공간 자체가 따로였어요. 현장에서 마주칠 일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홍보하면서 모습을 보니까 하늘 씨가 리액션이 좋은 친구더라고요. 저도 상대방에게 잘 맞추려고 배려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서로 잘 맞아서, '이 친구가 흡수를 잘하는구나. 마음이 열려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간 대중의 뇌리에 박히는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천우희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천우희는 "무거운 역할에서의 제 모습도 만족했다"면서도 "제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를 보여드리지 못해 갈증이 있었다"고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전했다.

"저는 무거운 역할에서의 제 모습을 만족했어요.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만족감은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제 주변 지인분들이 '너의 모습 같은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제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갈증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 감정선이라던지 표현이라던지 소희에 저를 많이 꺼내 쓰긴 했어요"

천우희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너무 평범했기에 연기를 하면서 활력을 얻어간다고 했다. 휴식기일 때면 여느 '집순이'와 다름 없었다던 천우희는 로망을 실현해가며 더 다양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저는 20대에는 커다란 꿈과 목표가 없었어요.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살았는데, 연기를 하게 되면서 어떤 목표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좀 파고드는 성격이거든요. 요즘엔 고민이 크게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고 6개월 정도 휴식이 있었어요. 얘기하면 좀 웃길 수도 있는데 그동안 손글씨도 하고 요리도 하고, 쿵푸랑 첼로도 배웠어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에 로망이 좀 있었거든요. 제일 잘 맞는 건 의외로 첼로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로망과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첼로를 하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웃음)"

천우희는 차기작에서 '스릴러 퀸'에 도전한다. 그가 촬영 중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감독은 일본 호러 영화의 대명사 '링'을 연출한 나카타 히데오다.

작품은 의문의 남자로부터 남자친구가 분실한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여주인공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휩싸이는 이야기. 개봉 당시 일본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천우희는 여주인공 역을 맡아 임시완, 김희원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 호러와 스릴러를 오가는 작품의 분위기가 천우희와 딱 어울린다는 기대가 많은 상황이다. 한창 촬영 중이라는 천우희는 매 작품마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항상 도전해보고 싶은 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해보지 않은 장르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고, 해봤던 장르는 '이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잘 살리고 싶어'하는 마음에 도전을 하고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액션을 자주 얘기했던 것 같고, 판타지도 좀 해보고 싶고, 정통 멜로도 하고 싶어요. 많은 걸 경험하고 싶거든요. 저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연기적으로 경험해보고 싶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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