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고민시 인터뷰 / 사진: 미스틱스토리, 넷플릭스 제공

고민시가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가리고 있던 수식어를 벗어냈다. 드라마 '스위트홈'을 통해서다. 지난 2018년 영화 '마녀'에서 김다미의 친구로 발랄하면서도 까칠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는, 이후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좋아하면 울리는', '시크릿 부티크' 등에서 꾸준히 연기적 성장을 보여줬다.

'스위트홈'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각색이 더해져 더 드라마틱하게 재탄생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이 크리처 장르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드라마 팬들의 기대가 쏠렸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이진욱, 이시영, 그리고 신예들의 주연 캐스팅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고민시는 작품 속 발레리나의 꿈을 가진 학생 '이은유'로 분했다. 어릴 적 은혁의 가정으로 입양된 은유는 양부모 밑에서 살며 발레리나의 꿈을 키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모두 죽게 되면서 가세가 기운다. 오빠 은혁은 다니던 의대를 휴학하고 동생을 서포트해주지만, 은유는 발목 부상으로 좌절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아파트 그린홈이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인 만큼 고민시 역시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랑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그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은유의 입체적 모습 때문일 터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어찌 보면 심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속내를 가진 그의 모습이 인간미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은유는 진행될수록 서서히, 은은하게 성장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초반과 극 후반이 좀 대비되도록 보이려면 초반에 어느 정도 까칠함을 잘 표현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거미괴물이랑 싸우고 난 후 은혁과의 붕대 신이나 은혁의 안경을 고쳐주는 신에서는 서서히,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리면서 하려고 분석했죠"

흔치 않은 장르에 도전한 만큼 레퍼런스가 부족했을 터다. 고민시는 해외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드박스' 속 산드라 블록과 '할리퀸' 마고 로비의 연기를 참고했다.

"작품 준비할 때는 항상 개인적으로 잡아 놓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분이 있어요. 작품을 보고 비슷한 캐릭터의 부분을 찾는다던지, 제 주변에 비슷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제 색깔을 넣어가는 것도 있고요. 이번에는 제 안에서 분석을 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려고 했어요. 유심히 봤던 작품은 '버드박스'에요.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공포감 위기감을 많이 배우려고 했죠. 개인적으로 할리퀸 캐릭터도 많이 참고를 했어요. 강렬하고 표현이 셀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매력적일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럼에도 쉽지 않은 연기였다. 이럴 때마다 고민시는 이응복 감독의 지지와 디렉팅을 받으며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께서 제일 많이 말씀해주셨던 게, '은유는 너가 갖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과 연기할 때 에너지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어요. 그런 '날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감정신이라는 것 자체가 배우들한테 쉽게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길게 필요한 경우도 있거든요. 안 나올 법한 감정인데도 계속 촬영 감독님과 이응복 감독님이 카메라 체크를 해주시는 걸 보고, '이래서 이응복 감독님이시구나' 했죠. 단순하게 감정을 뽑아내는 것보다 리얼한 감정을 이끌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또래 배우들뿐 아니라 연기 경력이 상당한 선배 배우들과 섞인 현장이었다. 고민시가 연기적 폭을 넓히는데 아주 적합한 환경이었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웠고, 동료들의 연기를 보며 느꼈다.

"송강 씨와는 두 번째 만남이에요. 이번에 다시 호흡해보니 감독님의 디렉팅을 잘 흡수하는 걸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죠. 도현 씨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건데, 목소리, 이미지, 눈빛, 발음이나 발성, 특유의 분위기가 강한 친구라는 걸 느꼈어요. 규영 배우님도 정말 좋았어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에 들어갔을 때 폭발해서 나오는 감정들을 보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싶었죠"

"진욱 선배님은 평상시에도 스윗 하셔서 친해지는 속도가 빨랐어요. 온전히 진욱 선배님 덕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죠. 시영 선배님과는 붙는 신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메이킹 속 액션 신을 보며 '하나의 작품과 맡은 역할에 충실히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저도 시즌2에서는 멋진 액션이 있으면 좋겠어요"

고민시를 '마녀' 속 김다미 친구, '명희'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불과 2년 사이에 훨씬 성숙해진 이미지와 연기력으로 대중 앞에 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마녀'에서 붙여진 여고생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탈피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고요. 그래서 외형적으로 노력을 많이해서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다른 매력이 보여질 수 있도록 다이어트도 신경을 썼어요"

고민시는 스스로 "제 안에 있는 여러 개의 캐릭터를 작품 속에 다양하게 녹여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고 연기적 갈증을 드러냈다. 그는 올 한해도 열일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는 이도현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김은희 작가의 신작 '지리산'에도 합류해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배우인 만큼 그가 보여줄 더 다양한 모습은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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