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처 입은 세 남녀의 따뜻한 동거,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다. 생각이나 형편이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얘기다. 실제 가족이나 연인, 친구 사이에 비슷한 면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비슷한 이들끼리 만나는 것일까? 아니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서로 닮아가는 것일까?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사람들의 관계가 후자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우연히 한집에 살게 된 세 남녀는 어디 하나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화가 지망생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카미유’(오드리 토투)는 같은 건물에 사는 ‘필리베르’(로렝 스톡커)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건물에서 가장 넓은 아파트에 사는 귀족 출신 청년이지만,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로 의기소침해 있던 필리베르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카미유에게 빠져들고, 그녀가 독감에 걸리자 간호를 위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필리베르의 룸메이트인 까칠한 요리사 ‘프랑크’(기욤 까네)는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다. 건물에서 가장 넓은 아파트에 사는 필리베르에게 접근한 빈털터리 카미유의 의도도 의심스러웠고, 그녀로 인해 친구에게 얹혀살고 있던 자신의 입지도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겠다는 프랑크를 두 사람이 말리는 바람에 세 남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자기주장이 강한 프랑크와 카미유는 매일 티격태격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늘어나며, 이들 사이에는 묘한 로맨스의 기류가 싹트게 된다. 과연, 이들은 함께 있어서 좋은 걸까, 아니면 같은 마음을 가진 걸까?
카미유와 필리베르, 프랑크는 계급, 학식, 성격 등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로, 영화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극명한 차이만큼 위태롭던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느릿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저마다의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세 남녀가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서로의 도움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훈훈함을 전달한다.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현실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상처와 고독, 삶의 고단함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프랑스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안나 가발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섬세한 따뜻함을 남긴다. 또한, 어쩌면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이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는 혈연이나 다름이 문제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마농의 샘’ 클로드 베리 감독이 연출한 2007년 작으로, 국내에는 13년 만에 첫 개봉 했다. 프랑스 국민 배우 오드리 토투와 기욤 까네, 로렝 스톡커의 13년 전 리즈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하는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지금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