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실 웃음을 부르는 블랙코미디, 영화 ‘그날이 온다’
고단한 세상사에 웃을 일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현실 웃음을 부르는 블랙코미디 한 편이 찾아온다. ‘킹스 스피치’, ‘캐롤’, ‘빌리 엘리어트’의 베테랑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완성한 영화 ‘그날이 온다’다.
영화는 월세를 내지 못해 농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비폭력주의 혁명가 ‘모세’(마샨트 데이비스)가 실적 꽝 FBI 요원 ‘켄드라’(안나 켄드릭)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을 담고 있다.
비폭력주의 혁명가 ‘모세’는 혁명을 꿈꾸지만, 현실은 월세를 내지 못해 생계를 위해 운영하는 농장에서 쫓겨날 가난뱅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기적처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스폰서가 나타나고, 모세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모세에게 거금을 제안한 스폰서는 사실 FBI 요원 ‘켄드라’였다. SNS에서 모세의 영상을 우연히 보고, 그를 위험인물로 낙점한 그녀는 어떻게 하든 실적을 올리려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자 ‘모세’를 엮었지만, 점점 사건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걷잡을 수 없이 커버린 사건 속에 모세와 켄드라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영화는 영화 ‘네 얼간이’로 제6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모리스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은 미국 법무 장관이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도발한 단체에 대해 체포 명령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 ‘알카에다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9.11 테러보다 더 큰 규모의 테러로 발표되었지만, 사실 해당 사건은 그저 돈을 목적으로 한 촌극에 불과했다.
감독은 2년에 걸친 조사 결과 FBI 정보원이 5만 달러를 줄 테니 미국을 공격하라는 제안을 했고, 힘든 재정 상황으로 제안을 받아들인 범인들이 그 어떤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음에도 세 번의 재판을 거친 뒤 결국 투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계획들은 정보기관 요원과 각 연방 변호사의 협조 아래 진행됐다.
이처럼 조작된 사건들이 98%의 유죄 판결률과 평균 25년 형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영화 기획에 돌입했다고 한다. 영화 ‘그날이 온다’는 수많은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런 현실을 풍자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감독은 탄탄한 스토리를 위한 자료 수집에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유쾌하면서도 시의적절한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은 완성도 높은 범죄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실제 영화는 재치 있는 대사와 위트 넘치는 스토리로 기발함을 자랑하며, 상영 시간 내내 유쾌한 현실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영화 속 이야기가 모두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블랙코미디의 톡톡 튀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그날이 온다’. 지금까지의 범죄 코미디물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보여줄 영화는 12월 9일 개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