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그 감정이 뭔지 잘 알 것 같았어요."

배우 이유영은 자신이 보여준 영화 '디바' 속 수진에게 깊숙하게 다가갔다. 수진은 어렸을 때 다이빙 훈련을 받으며 이영(신민아)과 만났다. 함께 다이빙 선수로 성장하며 절친한 친구사이가 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길을 걷는다. 이영은 목에 금메달을 거는 최고의 선수로, 수진은 아래에서 그걸 바라보는 인물로 말이다. 이유영은 수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자신의 눈동자처럼 미묘하게 스크린에 담아낸다.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유영이 '디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도전"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다이빙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유영은 '디바'의 촬영을 위해 3~4개월 동안 다이빙을 배웠다. 처음에는 1m에서 뛰는 것도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5m에서도 뛸 수 있게 됐다. 배우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욕심은 이유영을 짓누르기도 했다. 이유영은 '디바' 촬영 후 "물이 조금 더 무서워졌어요"라고 말했다.

"수중 촬영 장면에서, 연기를 좀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숨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참다가 물 속에서 올라오는데 숨이 부족한 거예요. 바로 숨을 쉬기엔 너무 깊이 있었던 것 거죠. 패닉 상태가 왔어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코랑 눈이랑 귀가 다 아프더라고요. 물에 대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디바' 촬영 중 아찔했던 순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유영은 다이빙 훈련을 받으며, 갈비뼈 통증을 느꼈다. 그냥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일이 되었을 때, 사고가 생겼다.

"촬영 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욕심을 냈어요. 와이어에서 내려오면서 갈비뼈가 걸렸어요.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진통제 먹고 얼음찜질하면서 근육통이 심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응급실에 갔어요.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쉬고, 다시 촬영을 했습니다."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다이빙 선수 역할이다. 주요 배경은 수영장이 되었고, 주로 입는 옷은 수영복이 되었다. "수영복을 입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 많은 동작을 해야 하는데, 수영복입는게 부담스러웠어요"라고 이유영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관음적인 시선으로 담지 않는 카메라, 선수 분들과 코치들의 말에 점점 수영복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선수처럼 보이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다.

"몸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말라보이면 선수 같아 보이지 않을것 같아서 말라 보이는게 싫더라고요. 헬스로 근력운동 하면서 몸을 좀 키우고, 매일 체하면서 억지로 먹었어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살찌우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할 때는 키워놓은 몸이 좀 빠져서, 원하는 만큼 선수의 몸으로 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이래저래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수진에 대한 마음을 깊어져 갔다. 수진이 악역인 것 같냐는 질문에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수진이 너무 무섭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저는 무섭게 연기한 적이 없는데"라고 덧붙인다.

"수진과 비슷한 경험은 아니지만, 저도 트라우마가 될 만한 큰 상처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사람 부러워한 적은 있어도, 미워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특히 같은 동료 배우랑은 열심히 뭉쳐서 좋은 작품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나를 미워하고, 나를 질투하고, 사람들이 뒤에서 안 좋게 이야기하고, 좀 많이 오해받으면서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수진을 많이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수진이 이런 애였어라고 생각하며 미움받을까봐 걱정이 됐어요. 선수들이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잖아요. 배우도 그렇고, 저도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고. 수진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질투나 열등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수진이 왜 그러는지에 마음이 충분히 이입이 돼 수진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던 것 같아요."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데뷔작 '봄'(2014)부터 '간신'(2015)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유영은 유독 감정적으로 힘든 캐릭터를 많이도 맡았다. 드라마 속에서 잠깐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시 배우 이유영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영화 속 복잡한 심리의 캐릭터다.
"제가 '간신'에서 설중매 역을 맡았을 때, 그 역에 안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민규동 감독님께서 제가 센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설중매가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말씀하셨더요. 설중매는 지금보다 욕심과 욕망이 컸어요. 제가 가진 욕망과 욕심을 극으로 끌어올리려고 독하게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하기보다는 그런 캐릭터가 저를 찾아오는 것 같아요. 복잡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요. 학교 다닐때나 영화를 찍을 때, 가만히 있어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냥 제가 가진 이미지인 것 같아요."
"너무 과한 욕심과 욕망이 저에게 좋을게 없더라고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좀 마음이 예전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어느정도 내려놓은 부분도 있고. 저에게 오는 제가 할수있는 역할들 안에서 수진처럼, 제 역할을 그냥 잘 해내고 싶은 마음?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는 이영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망? 좀 더 폭이 넓고 극으로 끌어가 수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이어갈 수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이유영의 나이도 어느새 만 30세가 됐다.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배우가 아닌, 사람 이유영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욕심과 욕망이 이영과 수진처럼 정말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살다보니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유가 너무 없었던 거죠. 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데. 앞으로 내 삶이 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욕심도 적당해야하고, 욕망도 적당히 있어야 하겠죠. 연기 이외의 시간이 예전에는 없었거든요. 연기하는 순간만 좋았고, 연기를 안하면 미칠 것 같았고. 그런데 요즘에는 연기 이외의 시간도 건강하게 보내려고 해요. 운동도 시작했고, 제 삶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 같아요."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