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있는 대상을 사라지게 만들다" 전병삼 작가 개인전 '의미의 공동체(Nation of the meaning)'
"사라짐으로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표현한 전시회
"어쩌면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 지도 모르겠다"
10월 8일(목)까지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전병삼 작가의 '의미의 공동체(Nation of the meaning)' 개인전이 열린다. 전병삼 작가는 일상 속의 순간을 찍은 사진과 다양한 의미의 집합체인 조각으로 확장된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서 전병삼 작가는 회화나 조각으로 형상을 재현하는 고전적인 표현방법 대신 평범한 사물들을 활용하여 실체가 있는 대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대상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작가가 쓴 방법은 접기(Folding)와 펼치기(Unfolding)이다.
접기로 만든 대표적인 작품은 'MOMENT'로 인쇄한 사진 한 장을 절반으로 접을 때 모서리 옆면에 살짝 보이는 이미지를 이용해 수 천 장의 동일한 사진으로 쌓아 올려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UNFOLD' 작품은 펼치기 방식으로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모든 활자를 축소하여 한 눈에 전체가 보이도록 캔버스에 펼치거나 영화 한 편의 모든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나눠서 수십만 장의 축소된 연속 사진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가에게 사진은 작품의 출발점인 매체이자 기호라고 전했다. 'MOMENT' 작품은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 다양한 의미를 접음(folding)으로써 지워버리고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시각기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은 작가의 추억으로 남겨지는 동시에 지워지는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의 집합체로 추상적 조각이 탄생하게 되는 것. 접기와 쌓기라는 작업방식이 사진의 서술성을 사라지게하고 추상적 화면 드러내기로 나타나 작품이 탄생했다.
전병삼 작가는 한 작가의 작품이라기에 다양한 스펙의 작업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흐름 속에 눈에 띄는 다름을 시도하는 작가이다.
전병삼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안에서 사라진 존재는 결국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 단순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마음에 새겨지는 순간, 나의 작품은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된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어쩌면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 지도 모르겠다"라며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전병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진 이미지를 사라지게 해 새롭게 드러나는 추상 화면을 탄생시켜 본래의 사진의 기능과 상반된 이중전략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