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케이' 엄정화, 나이로 가둘 수 없는 '마담'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 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공자가 말했던가. 이 멋진 말이 배우 엄정화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그대로 이해가 됐다. 나이라는 것이 가둘 수 없는 큰 그릇, 멋진 언니, 30년 동안 이어진 톱스타의 자리, 그 비결은 바로 "즐기는 것" 이를 몸소 입증한 엄정화다.
배우 엄정화는 영화 '오케이 마담'으로 5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너무나 기다린 시간이다. 엄정화는 "부끄럽지 않게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오케이 마담'을 만나게 됐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 와중에 액션도 들어있고, 안 할 이유가 없었던" 시나리오다. 캐스팅이 확정되기 한 달 반 전부터 액션 스쿨을 다니기 시작했다.
"제가 미리 액션 스쿨을 다닌 덕분에 연습할 시간이 한 달 반밖에 없었던 거예요. 정말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듣는 사람도 함께 웃을 수 밖에 없는 목소리로 엄정화가 말을 이어간다.
"액션 영화가 재미있어 보였어요. 여배우에게 잘 오지 않는 장르기도 하고요. 예전에 '예스 마담'도 그렇고, 최근 할리우드 영화 '루시'도 그렇고.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어요. 거기에 코믹과 같이 보여줄 수 있으니 부담감도 좀 덜어졌고요. 합이 맞았을 때, 착착 맞아들어가는 타격감이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엄정화가 맡은 미영은 꽈배기 맛집 사장이다. 그리고 남편 석환(박성웅)이 10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만을 바라보게 만든 능력자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애교와 투정을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케이 마담'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애교요? 연습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미영이 석환한테 '당신은 그런데 쓸 복이 없어' 이런 것도 평소에 쓰는 농담 같잖아요. 연습하면서도 너무 웃었어요. 그러면서도 과연 관객들도 웃어줄까? 질문을 했죠. 코미디 연기를 할 때는 덧붙이기보다, 그 안에 딱 들어갈 만큼 덜어내는 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코미디 영화는 정말 현장 분위기가 다 인 것 같아요. 배우들이 현장을 정말 즐겼느냐, 아니냐가 화면에 다 담기거든요. '오케이 마담' 시사회가 끝나고 호평의 이유를 생각해보니, 현장 자체를 즐긴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박성웅 씨와 호흡이 정말 잘 맞았고요. '예쁘게 생기면 다야?'라는 대사도 그래서 나왔죠. 박성웅 씨가 그 때 정말 빵터져서, NG도 났어요."(웃음)
여름 영화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오케이 마담'이 출격한다. 여배우가 중심에 있는 첫 영화다.
"여배우를 떠나서, 그냥 '오케이 마담'이 잘 돼야 하는 데라는 생각이 제일 커요. 여자 캐릭터가 주가 되는 영화가 활발히 제작되면 좋겠어요. 여배우들은 많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뛰어들 준비를 하고요. 그런데 막상 그런 걸 담아낼 영화가 없으니까. 세대가 바뀌고 있고, 사람들도 다양하게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엄정화는 지난 92년 데뷔한 이후, 줄곧 정상의 자리에 있다. '포이즌', '페스티발', '디스코' 등 무대 위에서 가수로서도 그랬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 '댄싱퀸', '싱글즈', '해운대' 등 배우로서도 그랬다.
지금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여배우의 액션도, 30대 여자 가수의 파격 무대도, 멋있다. 하지만 이 길을 고스란히 지나온 엄정화의 길은 '네가?'라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다른 무엇 때문에, 이를테면, 나이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시도했어요. 그 시도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에 갇혔다면, 제10집 앨범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고요. 아니죠, 아예 34살 이후에 낸 앨범이 없었어야 해요. 한계치를 두고 싶지 않은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일에 지치고, 힘들고, 감당이 안 되어서 내려놓는다면, 그건 제 선택이 될 거예요. 그런데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건 안되는 거 아닌가. 영화는 제안을 받아야 하지만, 앨범은 특히 제 의지만 있다면 끝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영화는 하고 싶은 작품이 다가올 때, 언제든 '오케이' 할 수 있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많이 보고 있고요."
"진짜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역할이 다가올 때, 열린 마음으로 해내고 싶어요. 저는 아직도 그런 꿈을 꿔요."
도대체,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어디에서 올까요? 제 마음에서 오는 거겠죠. 뭔가 하나씩 제 히스토리를 만들어 가는게 좋아요. 그냥, 즐기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28살 때부터 그런 불안감은 있었어요. 30대 넘은 여가수는 댄스는 안된다, 40대 넘은 여배우는 멜로는 못한다. 그걸 것들이 걸리더라고요. 이걸 해 나가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후배들에게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엄정화 선배도 했으니까, 나도 할 수 있지. 이렇게요."
여전히 꿈을 꾸는, 엄정화는 살짝 가수로서의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2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앨범 작업할 때, 프로듀서를 선정하는게 오래 걸렸거든요. 그런데 이제 좁혀지고 있어요. 언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야죠."
엄정화 '오케이'가 가진 힘이다. 지금을 만들어 낸 힘. 그리고 지금의 자리에서 엄정화는 영화 '오케이 마담'을 즐기는 '엄정화스러운' 꿀 팁을 덧붙였다.
"일단 마음을 비우고 객석에 앉아요. 그러고 조금만 웃겨도 '으하하'하고 웃어보세요. 왜 웃다 보면 더 웃기잖아요. 100분 동안 웃다 가겠다! 롤러코스터 탈 때 저는 안 무서워도 더 소리를 지르거든요. 그러다 보면 해소가 돼요. 그렇게 관객들이 웃음으로 무언가를 해소하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