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소송전·대량실직 우려
제주항공 "불확실성 너무 크다"…인수 양해각서 체결 7개월여만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은 양사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양사의 M&A 파기 책임 공방이 법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항공업계 재편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공시에서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만, 지난 3월2일 SPA를 맺은지 4개월여 만이다.
제주항공은 공시 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사는 코로나 여파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 넘게 쌓였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 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제주항공은 이달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보낸 데 이어 지난 16일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노딜'(인수 무산) 선언만 남은 것으로 해석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상직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의 무더기 실직 사태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 관리에 돌입하더라도 기업 회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이 무더기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결조건 이행 등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양측의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