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②] "무한 상상 가능한 'Super Fantasy'"…8人 8色의 'SF8'
공상과학소설을 뜻하는 'SF'(Science fiction)라는 장르 아래 영화 감독 8명이 의기투합했다.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를 표방한 'SF8'이 어떤 이야기를 선사할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8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로 완성한 'SF8'(에스 에프 에잇) 제작발표회가 진행돼 8명의 영화 감독(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과 각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참석했다.
'간호중'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등을 통해 섬세한 이야기를 전개해왔다. '만신'의 노규덕 감독은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 바 있으며, 2018년 '아워바디'로 주목을 받은 한가람 감독은 '블링크'를 연출한다. 정우성과 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말아요'로 독창성을 인정받은 이윤정 감독은 '우주인 조안'의 연출자로 나선다.
이 밖에도 장편데뷔작 '죄 많은 소녀'로 눈에 띄는 신인의 등장을 알린 김의석 감독의 '인간증명',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화제를 모은 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2001년 영화 '선물'로 멜로 감성을 저격한 것은 물론, '작업의 정석'을 통해서는 로코의 진수를 보여준 오기환 감독의 '증강콩깍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파격적 시선을 보여준 장철수 감독의 '하얀 까마귀' 등을 만날 수 있다.
각 영화 감독들은 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일까. 오기환 감독은 "SF를 슈퍼 판타지(Super Fantasy)로 의역한다"라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이 장르의 매력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윤정 감독은 "SF 세계관에서는 관객들의 편견이 예상되는 어떤 것들로부터 배우도, 제작진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다"라고 매력을 밝혔다.
◆ "이게 SF일까 싶을 정도"…김의석 감독의 '인간증명'
인간이 뇌와 인공지능의 연결 및 결합이 가능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인간증명'은 사고로 아들을 잃게 된 '가혜라'(문소리)가 아들의 뇌 일부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소생시키며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다른 아들의 모습에 결합한 인공지능이 자신을 속이고 아들 행세를 한다는 의심에 빠지게 된다.
특히 문소리는 사랑하는 아들을 의심하고,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절절하게 전달하며 장유상은 아들이의 영혼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사이보그화 인간 '영인'으로 인간과 사이보그 사이, 모호한 정체성을 완벽히 표현한다.
시의 구절 중 하나였던 '생존증명'에서 '인간증명'이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밝힌 김의석 감독은 "장유상이 연기하는 영인 캐릭터를 보면 안드로이드지만, 인간같은 모습을 표현한다. 이게 SF일까 싶을 정도일 것 같다"라고 설명, 그 경계에 선 모습이 어떨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 지구 종말까지 'D-7'이라면?…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지구 종말까지 일주일 남았다. 이러한 소식에 별별 취향의 사람들이 커밍아웃에 나서고, 그들 중에는 초능력자도 있다. 이러한 초능력자를 모아 종말을 막으려는 어린 히어로 '혜화'는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평생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솔로 '남우'와 만나게 된다.
이처럼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심장 간질간질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왜 일주일로 정했을까. 안국진 감독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포기하고 뭘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긴 시간이고,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바꾸기에는 짧은 그런 시간인 것 같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다윗과 신은수가 '남우'와 '혜화'로 호흡을 맞춘다. 특히 '모태솔로' 남우로 분하게 되는 이다윗은 극 중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번 작품을 "항상 사랑하고 싶다"라고 표현해,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라는 비극적(?) 제목을 딛고 일주일 만에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지구 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 "이런 사랑 하고 싶다"…오기환 감독의 '증강콩깍지'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은 가상 연애 앱인 '증강콩깍지'를 이용하고 있다. 각각 증콩 아이디를 사용해 원하는 상대와 자신이 원하는 얼굴로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가상 커플들이 급증하는 세상에서 굳이 성형 전 자신의 얼굴로 사랑을 나누는 '레오나르도'와 '지젤'이 있다. 1년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레오나르도에게 어느날 지젤이 말을 걸며 두 사람의 인연, 그리고 가상연애가 시작된다.
증콩 아이디 레오나르도 '서민준'은 최시원이 연기하며, 지젤 '한지원'은 유이가 맡았다. 사랑 앞에 망설이고 소극적인 서민준과 사랑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한지원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오기환 감독은 "슈렉의 세계관을 미래로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미녀를 모셨다고 자부한다"라고 두 사람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이는 "AI가 잘못해서 저희와 같은 얼굴이 10,000여 명이 된다. 성형이 잘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극 중 지원이는 지금의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형 전 얼굴로 가상연애 앱을 시작한다"라며 "'느껴져, 이게 나야'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외모와 상관없이 어떤 모습이든 '저'를 느끼길 바라는 대사였다. 마지막 장면은 울컥하는 신이 아니었는데도, 울컥했던 것 같다. 잊혀지지 않는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이번 작품에 대해 "이런 사랑 하고싶다"는 말로 소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 왜 하얀 까마귀일까 궁금해지는, 장철수 감독의 '하얀 까마귀'
'하얀까마귀'는 트라우마에 빠져 가상세계에 갇힌 게임 BJ '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명한 스타 BJ였던 주노는 어느날 나타난 동창생으로 인해 과거 조작 논란에 휩싸이고, 그간 쌓아온 부와 명성, 그리고 팬까지 모든 것을 잃게된다. 이에 신작 '트라우마' 게임을 통해 명예 회복과 방송 복귀를 노리는데 게임에서 만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상 세계에 갇히게 된다.
'하얀 까마귀'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장철수 감독은 "그리스 신화의 내용에서 따온 제목이다. 아폴로 신의 전령이었던 까마귀가 원래는 흰색이었는데 거짓말이 들통났고, 이로 인해 번개를 맞아 까맣게 되어 까마귀가 됐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극 중 과거 조작 논란에 휩싸인 주노의 모습을 하얀 까마귀에 빗댄 것. 특히 걸그룹 EXID 출신에서 최근 배우로 전향해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안희연이 주노를 맡게 된 만큼, 어떤 연기를 선사할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안희연은 "CG 연기가 처음이고, 게임을 잘 못해서 어려웠고 큰 도전이지만, 재미있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웨이브(wavve)와 MBC가 공동 제작, DGK(한국영화감독조합)과 수필름이 제작해 OTT 플랫폼과 방송, 그리고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 K-콘텐츠의 색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SF8'은 오는 10일(금) 웨이브에서 선공개되며, MBC에서는 8월 중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