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종이로 손꼽히는 ‘태지(苔紙)’가 전통기법으로 복원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전통 한지의 다양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확한 제조법이 전수되지 않은 전통 한지 중 ‘태지’의 핵심원료가 ‘해캄’임을 밝혀내고, 전통기법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태지를 사용한 고문서 /사진=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한지는 국내 고문헌에 기록된 명칭만 284종이 등장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며, 내구성과 보존성이 뛰어나 국내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지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값싼 화학펄프 종이의 대중화로 인해 점차 사라져갔고, 많은 종류의 전통 한지에 대한 명확한 제조법이 전수되지 않아 그 다양성이 점차 줄어가는 상황이었다.

닥나무 섬유에 녹색의 수태(水苔)를 넣어 만든 태지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고급 한지로, 고문헌에도 다수 등장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태지 유물은 주로 상류 계층 간에 주고받던 서찰이며, 백색 바탕의 종이에 가느다란 녹색 실무늬처럼 더해진 태의 아름다운 장식미로 인해 그 가치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지의 우수성은 해외까지 알려져 일본, 중국, 미국에서도 태지를 각종 서적에 소개했으며, 세계적 종이 연구가 다드헌터(Dard Hunter)는 1933년 태지를 수집한 후 “태지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종이 중 최고다”라며 칭송했다. 또한, 우리나라 한지 관련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총 24곳에 한지 종의 복원 우선순위 조사 결과 태지의 복원요청 수요가 가장 높았었다.

하지만 태지의 제법, 원료 등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 없으며, 태지의 원료라고 언급되는 ‘수태’의 정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여 복원의 핵심은 ‘수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에 있었다.

태지를 사용한 고문서 /사진=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와 협업을 통해 1700년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제작된 태지 실물을 수집하고 현미경적 구조를 분석한 결과, 수태가 민물에 서식하는 해캄류임을 밝혀냈다.

또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현진한지연구소, 신현세전통한지와 공동작업을 통해 태지 복원을 위한 다양한 제조법을 연구·시도한 끝에 우리나라 전통 한지 제조 방법으로 태지를 복원했다.

이번 태지의 복원은 우리나라 한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며 한지의 저변확대 유도와 관련 산업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손영모 소장은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문화강국에서 자국의 문화재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며, “이번 태지 복원이 우리나라의 우수문화를 되살리고 한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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