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체험적 스릴러"…'사냥의 시간' 이제훈→최우식, 연기 앙상블로 완성한 서스펜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를 이끄는 청춘 배우들이 '사냥의 시간'에서 만났다.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사냥의 시간'의 제작보고회가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명의 친구들과 이들을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지옥 같은 사냥의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 새 인생을 찾으려는 준석이 소중한 친구들을 모아 위험한 작전에 나서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작전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들 앞에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이 등장하고, 네 친구들의 목숨을 노리는 사냥을 시작한다.
윤성현 감독은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과 추격전에 초점을 뒀다"며 "이야기도 '파수꾼'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런 직선적인 구조에 추격전이 더해진 '매드맥스' 같은 영화가 한국영화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극 중 시대적 배경을 근미래로 상정했지만, 꼭 그렇게 보여지길 바란 건 아니었다"며 "우화적이고 은유적인 영역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디스토피아적 생각에 빈민층의 하위문화가 포함된 상황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이제훈은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려 위험한 계획을 설계한 '준석'을 연기한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그는 오직 자신만을 믿고 따라온 친구들을 위해 모든 것을 치밀하게 설계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은 순간 자신과 친구들의 목숨을 노리는 의문의 추격자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윤성현 감독과 함께 작품을 오래 준비했다고 말한 이제훈은 "감독님께서 저를 바탕으로 '준석'을 쓰셔서 그런지 캐릭터를 맞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며 "단지 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작전을 펼치는 와중에 쫓기게 되는 공포스러운 순간을 느끼고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하셨다"고 연기적 주안점을 밝혔다.
특히,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윤 감독, 박정민과 함께 작업하게 된 이제훈은 "'파수꾼' 이후 이렇게 다시 모이기를 항상 꿈꿨다"며 "여기에 좋은 배우들과 앙상블을 맞추니 힘든 현장에서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매 작품마다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안재홍은 친구들을 위해 위험한 계획에 앞장서는 '장호'로 분한다. 태어난 곳도, 부모도 누군지 모르는 장호는 가족 같은 친구 준석과 기훈을 믿고 위험한 계획에 가담한다. 장호는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을 발휘해 준석이 설계한 위험한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작품에는 야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안재홍은 "'장호'는 저와 많이 다른 캐릭터다. 그래서 기존에 캐릭터에 접근했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인물에 더 다가가기 위해 삭발도 하고 탈색도 했다. 또, 피부 결도 거칠게 보이도록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눈썹도 밀었다"고 변화를 언급했다.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로 거듭나고 '기생충'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에선 반항아 캐릭터를 연기한다. 가진 것이라곤 의리뿐인 '기훈'은 무모한 계획이 걱정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며 계획에 동참한다. 하지만 추격자에 의해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되고 가족들까지 위험해지자 마음이 흔들린다.
최우식은 "저희가 다 또래인데, 제가 가장 막내다. 극 중에선 형들이랑 진짜 친구처럼 보여야 했는데, 형님들이 현장에서 잘 대해주신 덕분에 '기훈'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라고 동료 배우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이후 "저는 (캐릭터 소화를 위해) 외형적으로 타투를 많이 그렸는데, 생각보다 타투 작업이 길었다"며 캐릭터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을 덧붙였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박정민은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진 '상수' 역을 맡았다. 사설 도박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상수는 준선과의 과거 인연으로 위험한 계획에 합류한다.
캐릭터에 대해 "이 친구들이 자신의 계획에 상수를 끼워주는데, 상수는 이들의 계획을 끌고 가는 준석의 감정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라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 영화가 비주얼과 사운드가 정말 기대된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앵글과 시도들이 있다"며 "그 앵글 안에 나오지 않을 때는 그 안에 있는 배우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후시하면서 잠깐 봤는데 정말 놀랄 정도로 신선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박해수는 친구들을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분해 작품의 서스펜스를 배가한다. 한은 네 친구의 숨통을 조여오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냥을 시작한다. 극 중 네 친구들과 대립하는 박해수는 "저는 추격자 역이라 절친인 네 사람들 사이에서 늘 혼자 연기했다"며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네 배우가) 되게 부러웠다. 현장에서 눈가가 항상 촉촉할 수밖에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한' 캐릭터를 위해 "감독님과 여러 레퍼런스 작품을 보고 '한'이 가지고 있는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현장에서도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굉장히 동떨어진 채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제작보고회를 마무리하며 감독과 배우들은 연기적 앙상블과 체험적 스릴러를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이제훈은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앙상블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해수는 "현장에서 느꼈던 공기와 기운이 관객분들께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과 직진하는 모습, 저희 젊은 배우들의 열기를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감독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상황에 몰입해서 보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집중력 있는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흡인력 있는 작품을 예고했다. 이처럼 어떤 작품에서든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다섯 배우와 윤성호 감독이 합심한 '사냥의 시간'은 오는 2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