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라진 줄만 알았던 홍역이 국내에서 산발적으로 유행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 발생하는 홍역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1세 미만의 영아는 물론, 이미 예방 접종한 20~30대에도 발생해 불안감을 가증시키고 있다. 과연 홍역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가 소개한 최근 다시 도래한 홍역 유행의 이유와 대처 방법을 알아보자.

백신 접종하는 모습 /사진=한국의학연구소

전 세계 홍역 확산의 주원인은 ‘반백신 정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간 전 세계에서 보고된 홍역 환자 수는 22만9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년간 발생했던 17만 명과 비교해 약 5만9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현재 전 세계 홍역 확산의 주원인은 ‘반백신 정서’ 때문으로 알려졌다. 1998년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홍역·볼거리·풍진의 혼합백신인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앤드류 박사의 의사 자격은 박탈되었지만, 이 논문으로 시작된 ‘반백신 정서’는 계속 유지되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MMR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져 백신 접종률이 80%, 심지어 50%도 안 되는 지역이 속출했다.

이렇게 군집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홍역이 발생했고, 지금 유럽과 미국은 군집 면역의 역습을 당해 홍역이 대유행하고 있다. 군집 면역이란 특정 집단에서 해당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구성원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홍역은 군집 면역이 95% 이상이어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감염력 높은 홍역, 일단 유행하면 막을 방법 없어
일단 발생한 홍역 유행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홍역의 치르다’라는 관용어구가 생길 정도로 높은 홍역의 감염력 때문이다. 실제 홍역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에 접촉하면 90% 이상이 홍역에 걸린다.

홍역은 접촉감염뿐 아니라 기침을 할 때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에 의한 공기감염, 비말감염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홍역 환자가 지하철에서 기침을 한 번하면, 기침을 할 때 나오는 분비물이 수십 미터 이상 멀리 퍼져나가 열차 내 모든 사람이 홍역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홍역은 잠복기가 평균 2주 정도로 길고, 보통 피부 발진이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홍역의 감염력은 발진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있다. 즉, 발진이 나타나기 전 증상이 없거나, 감기 기운 정도가 있는 홍역 환자가 4일 동안 바이러스를 공기감염 형태로 계속 뿌리고 다닐 수 있다.

이처럼 홍역은 증상이 없는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발진이 생겨 환자임을 알게 되고 접촉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설령 알더라도 접촉자나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등의 기본적 대응 이외에 당장 홍역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역 수단도 별로 없다. 따라서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백신 접종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홍역 예방 위해 적극적인 백신 접종 필요
홍역은 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인 ‘MMR 백신’을 접종해 예방한다. 총 2회 접종이 권장되는데, 1차 접종의 예방효과는 93% 정도이며, 2차 접종까지 하면 97% 정도의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홍역에 대한 군집 면역 상태는 양호한 편이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국내 소아의 MMR 백신 2회 예방 접종률은 95~99%로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 40세 이상은 접종을 받지 않았더라도 홍역에 걸려 평생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0~30대는 홍역에 취약하다. 홍역에 대한 2회 예방 접종이 필수가 된 것은 1997년으로 1983년~1996년생은 홍역 1회 예방 접종만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홍역 항체를 가진 사람은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는 최근 연구들은 국내에서 아직 접종을 받지 못한 영유아와 20대 중심으로 홍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홍역 유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20~30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은 필수다. 특히, 홍역 접종력이 불확실하거나 과거 1회 접종만 한 경우, 의료기관 종사자, 홍역 유행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등은 미리 홍역 항체 검사를 해 면역 여부를 확인하거나, MMR 접종을 해야 한다.

KMI 신상엽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유럽과 미국의 홍역 유행의 예처럼 ‘반백신정서’ 등으로 인한 백신 접종 기피는 접종하지 않은 본인도 위험에 노출되지만 군집면역의 감소로 인해 본인이 속한 지역 사회 전체의 전염병 유행을 가속시킬 수 있다”며, “홍역의 경우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을 통해 본인의 면역과 군집면역을 획득”하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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