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에서 나오는 힘은 변속기를 거쳐 바퀴로 간다. 일반적으로 변속기는 톱니바퀴처럼 생긴 기어가 맞물리면서 상황에 따라 회전 속도를 달리해 구동축으로 전달되는 힘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지름이 큰 톱니바퀴는 회전 속도가 굼뜬 대신 그 크기만큼 높은 토크를 발휘한다. 1단이나 2단 기어를 생각하면 된다.

이와 달리 지름이 작은 톱니바퀴는 회전 속도가 빠른 대신 전달되는 힘은 약하다. 자전거 기어의 원리도 이와 같다. 차의 속도가 올라갈수록 큰 토크가 필요 없기에 1단부터 차근차근 기어 단 수를 올리며 고속 주행을 하는 것이다.

르노삼성, QM6 GDe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그런데 CVT는 기어 대신 벨트가 결속 기능을 하는 변속기다. 고정된 기어비가 없고 단수도 없다. 그래서 무단 변속기라고도 한다. CVT는 '지속적인 가변 변속기(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의 약자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가장 알맞은 동력을 벨트가 실시간으로 조절해 전달한다. CVT를 채택한 자동차 회사들은 각 브랜드의 캐릭터와 강점을 부각해 각자만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10년 1월 3세대 SM5를 내놓으면서 기존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를 닛산의 엑스트로닉 CVT로 바꿔 달았다. 1999년 르노는 닛산의 지분을 일부 사들이면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거대 기업체로 성장했다. 그 덕에 변속기 등의 주요 파워트레인 부품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엑스트로닉 CVT는 자트코(JATCO)에서 만든다. 자트코는 닛산에서 독립해 주로 CVT를 전문으로 만들어 여러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는 부품업체다.

르노삼성, QM6 GDe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CVT를 선택한 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비롯된 생산 비용 절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반 다단 변속기보다 동력 손실이 적고 엔진 마찰력을 줄여줘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기어 변경의 개념이 없어 매끄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변속 충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곧 부드러운 주행 질감으로도 이어진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패밀리 세단이나 SUV엔 이 CVT가 최적의 조합이 될 수 있다.

CVT는 도르래처럼 생긴 두 개의 풀리(Pulley)를 금속 벨트로 연결해 '쥐락펴락' 하듯 출력을 조절하는 구조다. 기어의 단수를 임의로 올리고 내릴 수가 없고, 엔진 브레이크 기능도 없어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일반 변속기보다 통쾌한 가속감을 즐기기엔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이에 QM6의 엑스트로닉 CVT에는 마치 다단 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D-스텝(D-step)' 기능을 더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마치 단수를 바꿔 변속하는 느낌을 준다. 고속으로 달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엔진 회전수는 잠시나마 그 영역의 위치를 버틴다. 운전자가 언제 다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D-스텝'은 최대한 엔진의 높은 회전수를 떠받치며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르노삼성, QM6 GDe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CVT는 구조적 특성상 가속 페달을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밟아야 한다. 처음엔 다소 차가 무겁고 주행 느낌이 퍽퍽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조급하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높은 부하가 걸린다. 부드럽게 밟고 있다 보면 매끄럽게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 CVT엔 여러 단점이 존재했지만, 최근엔 기술 발달로 불편한 점들이 많이 사라졌고 이질감도 덜하다. 내구성 또한 탄탄해지고 있다. CVT는 경제적이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매력적인 변속기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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