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 업체들이 수입 맥주에 빼앗긴 소비자를 되찾아와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에 85년 맥주 제조기술을 가진 하이트진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묘책을 내놨다. 바로 맥주 대비 저렴한 가격의 발포주를 출시한 것.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로,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에 속해 일반 맥주보다 훨씬 낮은 세금이 부가된다. 발포주는 본래 일본의 주세법 때문에 생겨난 주종이다. 90년대 중반 경기 불황을 겪던 일본 맥주업체들이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재료를 늘려 세금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발포주를 고안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둔 발포주는 일본 맥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후지경제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일반 맥주와 발포주·제3 맥주의 점유율은 각각 54.5%와 45.5%로 나타났다.

(위부터)'필라이트' 제품 사진, 포스터/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이미 2001년부터 일본 시장에 발포주를 수출하고 있던 하이트진로는 17년 노하우를 통해 국내 발포주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 '필라이트'는 아로마 호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고유의 풍미와 깔끔한 맛을 살린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 '말도 안 되지만 만 원에 12캔'이라는 카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반 맥주의 반밖에 안 되는 가격에 맛도 맥주와 별반 다르지 않아 초기 물량 6만 상자가 20일 만에 완판되며 품귀현상이 일었을 정도다. 이어 출시 6개월 만에 1억 캔, 1년 만에 2억 캔을 돌파하며 1초에 6캔꼴로 팔리는 '갓띵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발포주의 가능성을 확인한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했고, 72일 만에 3000만 캔 판매를 돌파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는 1초에 5캔씩 판매된 셈이다. '필라이트 후레쉬'는 최적화된 홉 배합으로 향과 잔미를 최소화해 깔끔한 목 넘김은 물론 청량한 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필라이트'는 내로라하는 모델 하나 없이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해 메가 히트를 이뤄냈다.

연이은 발포주 성공을 지켜본 타 업체도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발포주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이름, 가격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발포주 제품을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가정용 제품만 출시할지 유흥용 제품을 내놓을지 등 세부사항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롯데주류는 발포주 출시보다 기존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롯데주류는 "발포주 출시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클라우드와 피츠 등 기존 맥주 제품들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왼쪽 위부터)'필리만자로의 코끼리', '바코드편', '홈술편', '편의점편' 영상 캡처

이런 업계 분위기 속 필라이트는 당분간 발포주 시장의 독주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가성비'를 강조하는 필라이트는 유명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만큼 눈에 띄는 마스코트로 확실한 존재감을 확립하고 있다. 귀엽고 엉뚱한 코끼리 '필리'를 마스코트로 내세워 지난해 5월부터 '홈술 편', '바코드 편', '편의점 편' 등의 CF를 선보였으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재치있는 디지털 필름과 패러디 영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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