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카를교, 그곳에서 소원을 빌어볼까?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흐르는 블타바강. 그곳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카를교(체코어: Karlův most)는 구시가지와 프라하성을 연결해주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황제 카를 4세가 1357년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바츨라프 4세 때인 1402년에 완성된 카를교는 너비 10m, 길이 521m, 16개의 아치가 다리를 바치고 있으며, 다리의 시작과 끝에는 당시 통행료를 받기 위해 세워진, 지금은 블타바강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탑이 서 있다.
올 3월 초 방문한 프라하는 예상치 못한 한파로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서 한적한 카를교를 걸을 수 있는 행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프라하를 방문할 때 카를교를 방문하는 이유는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300여 년에 걸쳐서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30개의 성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성 요한 네포무크(St. John of Nepomuk), 성 루이트가르다(St. Luitgarda), 성 비트(St. Vitus), 성 아우구스틴(St. Augustine) 등 체코의 유명한 성인 조각상에서부터 예수 수산 십자가, 세례 요한(St.John the Baptist) 등 성경에 나오거나 성인으로 칭송받는 이들의 성인상들이 다리 양쪽으로 세워져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조각상은 ‘성 요한 네포무크’ 조각상이다. 체코의 국민적인 성인인 성 요한 네포무크는 보헤미아 국왕이자 로마 왕이었던 바츨라프 4세에 의해 블타바강에 내던져져 익사를 당한 신부다.
바츨라프 4세는 왕비의 부정을 의심하던 차에 왕비가 요한 네포무크 신부에게 고해성사한 것을 알고 신부를 불러 아내의 부정을 물어본다. 그러자 요한 네포무크 신부는 “누군가에게 고해성사를 말한다면 왕의 곁에 있는 개에게만 말하겠다”고 거절해 순교를 당하게 된다.
전해지는 야사로는 요한 네포무크 신부가 블타바강에 빠지고 난 다음 날 강 위에 다섯 개의 별과 같은 광채가 떠올라서 그곳에서 시체를 수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한 달 뒤에 부패하지 않은 채로 떠올랐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 성 요한 네포무크의 묘는 성 비트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성 요한 네포무크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준수하기 위하여 목숨까지 버린 최초의 순교자로 기억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방을 받은 사람들의 수호성인, 또한 강물에 빠져 익사하였기 때문에 홍수 피해자들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카를교에 있는 성 요한 네포무크 조각상 아래에는 순교 장면을 묘사한 부조가 있는데,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전해진다. ‘배우자가 자신에게 충성하길 바란다’면 강아지를 만지고, ‘다시 프라하로 돌아오고 싶다’라면 왕비를 만지고, ‘뭐든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요한 네포무크 신부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된다고 전해진다.
카를교는 1841년까지는 프라하에서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다리였기 때문에, 프라하성과 구시가지(스타레메스토)를 잇는 중요한 교통의 요지였다. 카를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고 악사와 초상화 그리는 화가, 마리오네트 인형극 등 음악과 퍼포먼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예술의 다리이다. 무엇보다 카를교는 프라하성의 가장 아름다운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카를교는 프라하를 방문한다면 꼭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여행의 명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