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의 'Ascending and Descending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1960년 작품

계속 올라가도 올라가 지지 않고, 계속 내려가도 내려가 지지 않는 계단. 이 그림은 수학으로 철학을 그린 판화가 ‘에셔’의 작품 ‘올라가기와 내려가기(Ascending and Descending)’이다.

이 그림은 지금 연세대학교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에서 만날 수 있다. 풍경화, 초현실적인 작품, 반복과 순환,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에셔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에셔 아들의 인터뷰를 통해 에셔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선사하는 전시회다.

에셔의 'Drawing hands (그리는 손)' 1948년 작품

20세기 가장 창의적인 작품 세계를 파헤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그는 네덜란드 판화가이자 드로잉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수학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세밀한 선을 사용하여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의 데생뿐 아니라 4차원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해낸 초현실주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에셔의 'Hand with Reflecting Sphere (반사 공을 든 손)' 1935년 작품

에셔의 'Bond of union (연결의 끈)' 1956년 작품

네덜란드에서 토목 기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에셔는 어려서부터 공부는 낙제생이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아이였다. 에셔는 1919년에 하를렘(Haarlem) 건축 장식 학교에 입학하여 건축을 잠시 배웠으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에 전념하게 된다. 학교를 떠나 그림 그리기와 목판 제작을 배우면서 에셔는 이탈리아의 자연 풍경을 실재 불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해서 풍경화를 그리곤 했다.

에셔가 독창적 예술세계가 시작된 시기는 1922년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부터이다. 14세기의 이슬람 궁전인 알함브라 궁전을 보면서 에셔는 무어인들이 만든 아라베스크의 평면 분할 양식, 기하학적인 패턴을 보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1936년, 그는 다시 한 번 알함브라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독특한 기하학적 문양을 그림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새와 사자 같은 동물들을 중첩된 문양으로 표현해냈다. 이 무렵부터 에셔 만의 패턴 반복, 공간의 환영을 표현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에셔의 'Reptiles (도마뱀)' 1943년 작품

에셔는 수학적 변환을 이용하여 새, 물고기, 도마뱀, 개, 나비, 사람 등 창조적인 형태의 ‘테셀레이션’ 및 환영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테셀레이션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하게 덮는 것이다.

또한, 에셔는 이미지를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꾸는 방법과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의 전경을 배경으로 또는 배경을 전경으로 지각하도록 명도 대비를 바꾸는 방법, ‘펜로즈 삼각형’을 이용하거나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는 등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각과 지각의 착각, 보이는 것의 진실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이런 에셔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수학적,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철학을 그린 에셔의 작품은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상상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에서 등장하는 ‘무한계단’에서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책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까지 에셔의 영향은 분야를 막론하고 거론된다.


에셔의 'Gravity (중력)' 1952년 작품

연세대학교 박물관(백주년 기념관 1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은 평일 11시, 14시, 16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전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김문희 팀장은 “이번 에셔 전시에서는 에셔의 ‘융합적 사고’와 ‘창의적인 표현’을 보고 느끼면서 몸으로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에셔의 작품이 개인의 삶에 영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네 번씩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에셔의 그림 ‘도마뱀’을 이용한 퍼즐 맞추기, 새로운 도마뱀 문양 만들기 등의 창의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연세대학교 박물관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 포스터

회화, 판화, 디자인, 일러스트, 수학, 건축 등 현대의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관심을 받고 있으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가진 에셔의 혼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은 4월 11일까지 연세대학교 박물관(백주년 기념관 1층)에서 휴일 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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