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산골짜기와 호숫가 들판, 도심지의 가로수에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깃들며 피워낸 고운 빛깔의 단풍이 소록소록 피어난다. 9월부터 일찍 시작된 알프스 산속의 가을에 이어 10월이 되면 고도가 낮은 호숫가에도 가을 풍경이 담뿍 내려 앉는다. 알프스 깊숙한 산 속 풍경보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가을 빛 가득한 호수 파노라마를 즐기거나, 그리 힘들이지 않고 노랗게 변한 포도밭이 펼쳐진 호반을 거닐며 낭만적인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호숫가 마을의 가을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영혼의 약국을 찾아 떠나는 고독한 여정을 즐겨도 좋다. 스위스는 11월부터는 겨울 시즌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알프스 하이킹을 원한다면 10월 중순까지가 최고의 하이킹 시기라 보면 된다.

1. 천사의 마을답게 가을 꽃 담뿍 선사하는, 엥겔베르그(Engelberg)

트륍제(Trübsee) – 알파인 플로라 트레일(Alpine Flora Trail) – 오버트륍제(Obertrübsee) -운터트륍제(Untertrübsee) - 엥겔베르그(Engelberg)

티틀리스 산을 가기 위한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마을, 엥겔베르그는 ‘천사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서 티틀리스 로테어(Rotair)라는360도 회전식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을 뚫고 나가 산 정상까지 오르면 중앙 스위스에 펼쳐진 알프스 설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내려오는 길 중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엥겔베르그와 티틀리스 정상의 중간에 위치한 트륍제 호수 역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은 플로라 트레일(Alpine Flora Trail)이라는 꽃길로, 아름다운 야생화를 감상하며 오버트륍제(Obertrübsee)로 향하게 된다. 오버트륍제에서 하이킹을 계속 이어가 운터트륍제(Untertrübsee)를 지나 알프스 숲과 들판이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하며 엥겔베르그까지 하이킹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걷는 내내 알프스의 봉우리와 초록 풍경이 사방을 에워싸는 그림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2. 칼날같은 능선 코스를 선사하는 슈토오스(Stoos) 산

클링에슈톡(Klingenstock) - 후저슈톡(Huserstock) - 푸르그겔리(Furggeli) - 프론알프슈톡(Fronalpstock)

루체른(Luzern) 호수 지역에 있는 슈토오스 산에는 능선 코스인 플론알프슈톡 하이킹 코스가 있다. 스위스에서도 이 능선 코스는 아름답고 클래식한 파노라마 코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열 개가 넘는 호수의 풍경과 중앙 스위스의 셀 수 없는 알프스 봉우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가을 정취가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리멘슈탈덴(Riemenstalden) 계곡과 우리(Uri) 호수의 파노라마도 이어진다. 슈토오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중앙 스위스의 알프스 파노라마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루체른 근교의 슈토오스를 찾아간 뒤, 마을을 조금 걸으면 나오는 체어리프트를 타고 클링에슈톡(Klingenstock)에 내리면 플론알프슈톡까지 이어지는 능선 하이킹 코스가 나온다.

로트 투름(Rot Turm)을 지나 놀렌(Nollen)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코스는 360도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후저슈톡(Huserstock) 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푸르그겔리(Furggeli)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 길의 일부는 암석을 깎아 만든 것으로, 스틸로 만들어진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 안전하다.

푸르그겔리에 있는 알프스 오두막에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면 슈비츠 칸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나온다. 이 곳이 바로 프론알프슈톡의 정상이다. 약 2 시간 30 분간의 황홀한 하이킹이 끝나면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슈토오스로 내려오면 된다. 이 능선 코스 전체는 두 명이 걷거나 지나치기에 충분한 너비이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좋다.

3. 산티아고 길 따라 만나는 영혼의 약국, 생갈렌 보덴제 지역(St. Gallen-Bodensee Region)

로르샤흐(Rorschach) - 슐로스 술츠베르그(Schloss Sulzberg) -운터레겐(Untereggen) - 마르틴브뤼케(Martinsbrücke) -노이도르프(Neudorf) – 생갈렌(St. Gallen)



스위스 동북부에 바다만큼 큰 보덴제(Bodensee) 호수는 콘스탄스(Constance) 호수로도 불린다. 이 곳에 있는 작은 마을, 로르샤흐(Rorschach)에서 가을 빛깔 고운 풍경을 감상하며 하이킹을 시작해 생갈렌까지 이어갈 수 있는 코스가 있다. 특히, 이 코스는 산티아고 길(Jakobsweg)의 일부로, 스위스에서 만날 수 있는 순례길이기도 하다. 이 코스의 시작은 로르샤흐 마을의 크로넨플라츠(Kronenplatz) 광장에 있는 야콥스브룬넨(Jakobsbrunnen) 분수대에서 시작한다. 1834년까지 야코부스(Jakobus) 예배당이 서 있던 자리로, 예배당의 작은 종이 분수대의 일부로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이 종은 매일 오전 11시와 저녁 6시에 예배 시간을 알리며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이 곳에서 시작하는 산티아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스러운 들판과 숲의 풍경이 이어지다 그림같은 연못에 자리한 슐로스 술츠베르그(Schloss Sulzberg) 성이 나온다. 뫼텔리슐로스(Möttelischloss)라고도 불리는 성이다. 길은 운터레겐(Untereggen) 마을을 지나고 마르틴슈토벨(Martinstobel)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며 아름다운 마르틴브뤼케(Martinsbrücke) 다리를 지나 노이도르프(Neudorf) 마을을 거쳐 생갈렌으로 향한다. 생갈렌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원 도서관을 꼭 둘러보아야 한다. ‘영혼의 약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서관에서 이 아름다운 순례길을 마무리하기 좋다.

4. 제주 올레길과 우정의 길 협약을 맺은 샛노란 포도밭길, 라보(Lavaux)

생사포랭(St-Saphorin) – 리바(Rivaz) - 에뻬쓰(Epesses) - 뤼트리(Lutry)

길이 30km, 너비 약 250만평에 달하는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 라보(Lavaux) 포도밭은 200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와인 생산지로, 고대로부터 로마인들이 즐겨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인들은 이미 B.C 1세기부터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라보의 언덕에 포도를 재배하였고, 1,000년 뒤에는 수도승들이 전통을 이어받아 포도를 재배하였다. 고급 와인 애호가라면 무척 귀에 익을 생 사포랭(St-Saphorin), 데잘레이(Dézaley), 에뻬쓰(Epesses) 등의 와인이 생산된다.

호숫가 언덕에 조성된 포도밭 담장을 따라 내리막길, 오르막길을 즐겨볼 수 있다. 게다가 포도밭을 마주하고 있는 바다같은 레만 호수와 그 너머로 펼쳐진 알프스 봉우리가 기막힌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가을이면 노오랗게 변한 포도잎이 더욱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그 중 추천할 루트는 생사포랭(St-Saphorin)에서 뤼트리(Lutry)까지 이어지는 포도밭길로, 총 3시간이 소요된다. 포도원 테라스를 따라 걸으면서 레만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길가에 위치한 가지각색의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포도주를 시음할 수도 있다. 중세의 전통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생사포랭에 들르면 옛 풍취가 물씬 나는 좁다란 골목길 사이로16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지어진 유서 깊은 포도원을 방문할 수 있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3층짜리 레스토랑 오베르주 드 롱드(Auberge de l'Onde)는 옛 여인숙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명소이다. 맛깔 난 스위스 전통 음식은 물론, 매주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뤼트리까지 이어지는 포도밭길에는 와인 셀러와 전통적인 펍이 곳곳에 자리해 있는데, 휴식겸 들러 샤슬라 한잔을 마셔보아도 좋다. 뤼트리에서는 등반객들이 열차 안에서 쉬면서 경치를 볼 수 있도록 '라보 익스프레스'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자료제공 : 스위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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