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비친 하얀 봄, 밀양 '위양못 이팝나무'
지난 4월. 연분홍색의 벚꽃이 거리를 수놓았다면 5월에는 하얗게 피어난 이팝꽃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연둣빛 초목과 새하얀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그 모습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경남 밀양의 '위양못'은 대표적인 이팝꽃 관광명소다. 이팝꽃 필 무렵 위양지는 마치 거울처럼 잔잔해져 그 위용을 더 뽐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밀양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위양못은 밀양의 중심지인 영남루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맘쯤 못에 다다르면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이팝꽃과 어우러진 위양못 사진을 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기 때문이다.
위양못으로 들어서면 중앙의 섬으로 이어진 다리와 못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가 나타난다. 이팝꽃을 보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면 된다. 다리가 이어진 중앙 섬에는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완재정'이 있다. 안동 권씨 중문 소유의 정자인 완재정은 이팝꽃이 필 무렵이면 방문객을 위해 개방한다.
완재정에 앉아 바라보는 위양못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또한 둥글게 세워진 돌담을 따라 가득 피어있는 이팝꽃은 상큼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갖고 있어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물씬 풍겨준다.
위양못 주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흙길과 푸른 나무가 우거져있다. 자연을 느끼며 걷기에 딱 좋은 코스로 한바퀴 도는데 30분이면 된다. 산책로 곳곳에서는 풍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위양못은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까. 그 시기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못은 아래의 넓은 들판에 물을 대어 농사를 돕고, 흙을 쌓아올린 제방 위쪽으로는 조경수를 심어 풍류를 즐긴 저수지였다.
'위양'이란 말은 '양민을 위한다'는 의미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이팝나무는 과거 농부들이 꽃의 개화 정도를 보고 일 년 농사의 풍작을 점쳤던 신목이라고 하니 어쩌면 위양못에 이팝나무가 심어진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24절기 중 입하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나무라 부르던 것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흰 꽃이 만개할 때 마치 쌀밥을 그릇에 수북하게 담아놓은 것 같은 모양이어서 이밥(쌀밥)나무라는 이름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다.
위양못의 풍경을 가장 아름다울 때 즐기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찾아가 보자. 물안개가 피어오른 위양못의 풍경은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장면을 선사한다. 물안개 위로 만개한 이팝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은 마치 넘실거리는 하얀 물결을 보는 듯하다. 어떤 이는 이팝꽃을 보고 5월에 내린 눈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완재정과 만개한 이팝나무가 수면에 비치며 만들어지는 풍경은 5월이 지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그 풍경을 만나기 위해 늦기 전에 위양못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관련 정보
▶ 위양못
주소 :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