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부터 불고기, 통닭까지 경북의 별미로 잃어버린 내 입맛을 찾다
계절을 탄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요즘 찬바람에 힘없이 나뒹구는 낙엽만 보아도 마음 한구석이 참 허하다.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반복되는 삶에 지쳐 떠나고만 싶다. 자꾸만 어리광부리고 싶은 이런 날, 기분이 나아지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단순하게 생각하자. 맛있는 걸 먹는 거다. 이왕이면 그동안 바빠서 놓쳤던 이 아름다운 계절을 눈으로 직접 감상하며 말이다. 계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경북에만 가더라도 지역 곳곳 소문난 음식들이 줄을 섰다. 김천의 돼지 불고기, 의성의 마늘 통닭, 포항 구룡포 과메기처럼 지역과 계절을 대표하는 별미들이라면 집 나간 내 입맛 내 기분을 돌아오게 하는 건 시간문제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치킨. 고소한 후라이드와 매콤한 양념치킨, 짭짤한 마력의 간장 치킨 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중 매콤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마늘 치킨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 마늘의 본고장 의성에서 알아주는 '삼미 마늘닭'집이 그곳이다.
삼미 마늘닭은 방송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마늘 치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곳이다. 보통 마늘 치킨은 단맛이 과하거나 지나친 양념으로 먹고 나면 느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삼미 마늘닭은 고추와 으깬 마늘의 매콤함으로 느끼함을 잡고 중독성 있는 맛을 얻었다.
닭고기보단 돼지고기라면 이곳을 빼놓을 수 없다. 백종원의 3대 천왕 첫 회에 소개된 김천 '배신식당' 돼지 불고기는 제대로 된 불 맛을 선사한다. 연탄향이 골고루 배인 돼지고기 육즙이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하다.
배신식당의 메뉴는 석쇠불고기와 소금구이로 두 가지다. 담백한 소금구이도 인기지만 양념 잘 밴 석쇠불고기를 상추에 싸먹는 이들이 더 많다. 고기 듬뿍 넣은 큰 쌈에 한 사람당 한 그릇씩 나오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이면 밥 한두 공기쯤은 금방 해치운다.
의성과 김천에 이어 이번에는 푸른 바닷가 근처 포항으로 가보자. 포항 하면 떠오르는 별미, 차가운 바닷바람이 만들어낸 과메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포항 구룡포에서는 지난주 11일부터 13일까지 과메기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과메기 축제장에서는 맛 좋고 질 좋은 과메기가 저렴하게 판매됐다.
과메기는 겨울철 청어나 꽁치를 얼리고 녹이길 반복하며 말린 것이다. 맛과 영양가가 좋아 매년 수많은 사람이 과메기 철을 기다리기도 한다. 윤기 좔좔 흐르는 과메기를 먹기 좋게 잘라 초장과 쌈장에 찍어 다시마나 배추에 싸먹어 보자. 채소의 아삭함과 과메기의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포항 과메기는 비릿함이 덜하고 쫀득한 식감이 좋아 각지에서 택배로 주문해 많이들 먹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