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읽을만한 책] 맛 이야기
최낙언 저 | 행성B잎새
아무 채널이나 틀어도 소위 ‘먹방’이 나온다. 커다랗게 벌린 입에 음식을 한가득 채워 넘기면서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고 눈을 부라리며 감탄하는 표정은 이제 온 국민이 연출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해 빠진 장면이다. 그렇다면 온 국민이 맛을 표정이 아닌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게 가능하다면 벌써 출연자들은 저런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집어치웠을 테니 말이다.
맛은 단순히 혀의 감각이 아니다.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의 식견이 버무려져야 완성되는 방대한 이야기다. 맛의 감각과 지각의 원리에서 시작해서 맛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루어야 맛의 진정한 감동을 이해할 수 있다. 맛은 사중주가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이다.
저자는 GMO와 MSG 그리고 정제염 반대 진영의 대표적인 공적으로 유명하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식품전문가이기도 하다. 전문가는 많다. 그렇지만 그는 뛰어난 전문가다. 이 말은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천일염에는 나트륨의 함량이 적다는 이유를 든다. 그럴까? 음식에 소금을 치는 이유는 짠맛을 내기 위해서다. 천일염으로 짠맛을 내려면 소금을 더 많이 쳐야 하고 결과적으로 섭취하는 나트륨 양은 같다.
우리는 왜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갈까? 우리가 맛집을 찾는 이유는 뇌의 거울신경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가 웃으면 아기가 따라 웃고, 옆 사람이 하품하면 내가 하품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따라쟁이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면 나도 먹어보고서 맛있다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란 말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 추천자: 이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