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확산 막을 ‘골든타임’, 예측 기술로 앞당긴다
최근 의성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피해를 키우며, 좀 더 신속하고 정밀한 화재 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이에 산불 확산 예측과 조기 대피 지원을 위한 기상·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 재난 대응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상기후 솔루션 전문기업 에코브레인이 개발한 ‘Fire-BRAIN’은 바람 예측 정보를 기반으로 산불 발생 이후 최대 6시간까지의 확산 경로를 100m 단위 고해상도로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산불 발생지를 입력하면, 고도화된 수치예보 모델이 100m 단위로 확산 경로와 대피 정보를 예측해 지도 위에 시각화한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직후 Fire-BRAIN을 활용해 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실제 진행 방향과 유사한 흐름을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예측은 자체 테스트 결과로 실제 현장 대응에 활용된 것은 아니다.
Fire-BRAIN은 행정안전부의 ‘양간지풍 기반 산불 방재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강원대학교와 공동 개발됐으며, 2024년 GS인증 1등급을 획득하고 나라장터에도 등록됐다.
기상청도 산불 대응을 위한 예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강원 동해안 지역에 국지적으로 부는 강풍, ‘양간지풍’을 조기에 감지하기 위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경보 체계를 강화 중이다. 기상청은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 강풍·기온·습도 등 실시간 기상정보를 지자체 및 유관기관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맞춤형 예보 체계와 사전 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산불 조기 감지 시스템도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전문기업 알체라(Alchera)가 개발한 ‘파이어스카우트(FireScout)’는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연기나 불꽃을 자동 인식하고, 이를 즉시 알리는 기능을 갖췄다. 알체라는 이 기술을 산림청, 소방청,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과 협력해 일부 지역에 시범 적용한 바 있으며, 해당 기술의 실제 현장 도입 확대를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기술 개발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실제 산불 대응 체계와의 연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AI·영상 인식 기술이 각기 산불 감지와 예측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들 간의 통합과 정부 차원의 시스템 연계는 향후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재난은 본래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지만, 기술은 예측 불가능했던 재난 대응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예측 기술의 진화가 실질적인 대응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현장적 연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