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읽을만한 책] 노년의 삶
추기옥 저 | 들녘
2020년이면 제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선두그룹이 65세에 진입한다. 운 좋게 정년연장 수혜를 받아도 65세면 사실상 근로현장에서의 은퇴가 불가피하다. 이들 인구가 2030년까지 1,000만을 웃돈다. 거대인구의 대량은퇴인 셈이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단기·주변부 일자리에서 서성거리겠지만 근로품질·소득수준은 하향조정이 불 보듯 뻔하다.
강제퇴장은 근로소득 단절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봉양·자녀양육이 여전해 소득확보의 스트레스는 물론,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끝에 질병·고립의 이중함정마저 산재한다. 정도차이는 있을지언정 선배세대도 이런 노후를 기대하진 않았을 터다. 지금의 중년보단 낫다지만 노년의 삶이 어둡고 아프며 외로운 건 마찬가지다. 때문에 항간을 떠도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소외·무시·질타의 세대 간 대결구도는 옳지 않다. 시급한 건 이해·배려·격려다.
책은 노인이 된 부모를 이해하는데 제격이다. 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전문가답게 노인의 맘과 몸, 그리고 상황을 경험적으로 풀어냈다. 노인이 된 부모에게서 발견되는 문제행동 및 그 대처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끄덕일 수 없는 주제를 담담하게 그려낸 이 책은 전대미문의 ‘늙음’에 봉착한 한국사회의 불편하되 엄연한 현실적 자화상이다. 특히 고령국가의 유력한 사회문제가 치매대응이란 점에서 이를 다룬 파트는 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노인이, 부모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내일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그들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낯설지만 감내할 일이다. 우리가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건 곧 늙어갈 당사자성의 현역세대답게 고령사회를 이해하는 최소한의 자세인 까닭에서다.
| 추천자: 전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