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읽을만한 책]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 저/박승애 역 | 현대문학
우리에게 일본문학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노벨문학 상은 무엇인가. 이 양자의 의미를 다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번역 출간된 『오 에 겐자부로』는 봄소식처럼 반갑다. 이미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귀에 익숙한 이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 그는 1994년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전후의 일본문학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사회와 개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에 들여놓으며,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천착해 왔다. 또한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그린 미래 소설까지 그의 작품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얘기할 때,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도 작품이 갖는 이러한 특징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 점에서 혹여 지금까지 일본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진 독자가 있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오에 겐자부로만의 매력이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특히 이 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집필에 들어간 『만년양식집』을 마무리 지으면서,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고 선언한 오에 겐자부로가 던진,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가 직접 자신의 단편 23편을 골라, “세부를 적확하게 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나 자신과 공생하는 언어의 감각으로 고쳤다.”고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상당한 가필과 수정이 가해졌다. 말하자면 정본(定本)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것이다.
기존에 오에의 작품을 읽은 사람 중에는 그의 작품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초기 단편, 중기 단편, 후기 단편의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초기 단편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 그 행복감이 쏠쏠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후기소설까지 읽어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힐 것이다. 이제 개화의 소식이 우리의 가슴으로 밀려오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오에 겐자부로가 들려주는 삶과 문학을 우리의 가슴에도 꽃 피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