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시절인 1864년에 문을 연 ‘취안쥐더(全聚德)’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도시 곳곳은 물론 해외에도 지점이 있는 베이징 카오야 전문점이다. 지금까지 전통 요리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취안쥐더는 베이징 카오야 음식점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우리나라에는 전취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다.

베이징 카오야는 원나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베이징 전통요리다. 특수하게 키운 오리의 살과 껍질 사이에 대롱을 꼽아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고, 달콤한 소스를 발라 갈고리에 걸어 장작불에 3~4시간 동안 훈제해 만드는 이 오리구이는 미식가였던 건륭제가 1761년 3월 5일~17일까지 13일 동안 여덟 번이나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취안쥐더 칭다오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답게 주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2명이 한 마리는 좀 많은 듯해 카오야 반마리(99위안)와 카오야를 싸먹을 밀전병(10위안), 곁들임 채소(1인 5위안) 등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파, 오이, 다진 마늘을 곁들인 개인 소스와 각기 다른 크기의 접시 두 개, 식사 동안 카오야를 따뜻하게 데워줄 워머와 밀전병이 일사불란하게 테이블에 채워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릇하게 구워진 카오야를 테이블 앞에서 주방장이 직접 썰어준다.

오리는 카오야 중 가장 맛있다는 가슴살부터 잘라낸다. 베이징 카오야의 백미는 바삭한 껍질인데, 껍질에 가까운 가슴살이야말로 베이징 카오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안내대로 반지르르 윤기가 도는 가슴살을 굵은 입자의 설탕을 찍어 입안에 넣었는데, 그 맛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바삭바삭한 껍질과 궁극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감격을 부르기도 전에 입 안은 오리기름으로 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베이징 카오야가 스펀지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많은 기름을 담고 있는 것은 ‘티엔야(塡鴨)’라고 하는 특수 오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티엔야는 지방함유량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생후 50일쯤부터 좁고 어두운 공간에 넣고 하루에 세 차례씩 모이주머니가 가득 차도록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전압식(塡鴨式)’ 사육방법으로 키워낸 오리다. 푸아그라와 함께 동물 학대 논쟁의 중심에 서 있지만 티엔야가 아니면 베이징 카오야의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가슴살 다음에는 오리 반 마리의 증거로 정확히 반으로 자른 오리 대가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얇게 편으로 썰어낸 몸통을 담아낸다. 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주방장의 손놀림 덕분에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뚝딱 이루어진다.

베이징 카오야는 밀전병에 오리고기와 파, 소스 등을 함께 싸서 먹는다. 부족한 파와 오이는 요청하면 추가할 수 있다.
파삭한 껍질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소함이 일품인 베이징 카오야는 분명 매력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엄청난 기름이 자아내는 느끼함에 먹는 속도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치킨이라면 벌써 게눈 감추듯 없어졌을 양이건만, 느끼함에 취약한 우리에겐 반 마리도 둘이 먹기 조금 힘들었다.

취안쥐더는 카오야를 주문한 고객에게 해당 오리의 고유번호를 알려주는 기념엽서를 함께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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