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읽을만한 책] 바느질하는 여자
김숨 저 | 문학과지성사
'바느질 하는 여자'는 무려 원고지 2,200장에 달하는 장편소설이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긴 메아리를 찾으러 가는 여정을 느끼게 한다. 3센티미터의 누비바늘로 0.3밀리미터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어머니와 그녀의 딸들이‘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 땀 한 땀 우리네 가슴으로 옮겨진다. 물론 그 한 땀 한 땀의 열정은 이 소설을 쓴 작가 김숨의 영혼처럼 살아 움직인다. 어쩌면 바로 이 열정이 이 소설의 매력이고, 다른 소설과의 차별성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이 소설을 끝까지 붙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느질 같은 여성 특유의 문장들이 촘촘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호흡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장편이지만 여기에는 섬세한 시적 표현도 한 땀 한 땀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어, 그 섬세함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작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 바늘 하나가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의 탄생과 일상 그리고 죽음을 머금고 있는 옷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느껴보라. 물론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옷이 완성되기까지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거기에 녹아 있는 삶의 깊이를 살피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네 여인들이 누비고 견뎌낸 아득한 시간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중반부를 넘기면서 이 작품을 더 애틋하게 붙잡은 전환점이 된 것 같은 다음의 문장을 곱씹어본다.
“오전 내내 누비대 앞에 꿈쩍 않고 앉아 바늘땀을 뜨고 난 어머니의 눈은 멀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바늘땀을 뜨고 나면 어머니의 눈은 어둠과 빛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멀어 있었다. 멀어버린 눈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다시 바늘땀을 떴다. 금택은 문득 어머니의 멀어버린 눈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숨의 문학적 열정과 고뇌가 오롯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우리들에게 그리운 향기를 전해주고 있는『바느질 하는 여자』. 이제는 우리가 이 소설을 바느질 할 시간이다.|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