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ㅣ 데이비드 실즈 지음ㅣ문학동네ㅣ331쪽ㅣ13000원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염원했지만 50세의 나이에 객사 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아내 때문에 가출해 82세의 나이에 작은 간이역 역장 집에서 폐렴으로 죽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 죽음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그 사람의 인생이 행복했던 불행했던, 인간 모두의 삶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2010년 한국에 번역본이 출판 된 이후, 11쇄(2014년 12월 기준)를 찍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의미심장한 제목에 무거운 이야기가 담겨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무슨 장르인 걸까. 저자 말에 따르면 '파괴적 논픽션'이란다. 인간의 탄생-성장-쇠락-죽음까지 생리학적 접근과 함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버무려져있다. 또, 전 생애에 걸친 과학적 통계수치는 물론, 삶과 죽음에 관한 유명인들의 수많은 경구들이 쏟아진다.

예를들면 이렇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프랜시스 톰프슨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




'제일로 악한 것은 늙는 것이다. 온갖 즐거움을 앗아가면서도 즐거움을 바라는 마음은 남겨두고, 대신 온갖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 하고 늙은 채로 있기를 바란다' -자코모 레오파르디 -쇼펜하우어







탄생과 죽음, 성장과 쇠락
태아는 태반을 통해 엄마의 영양소를 공격적으로 뽑아내며 성장한다. 어른의 25%밖에 안 되는 크기의 신생아의 뇌는 1년 안에 75%까지 자란다. 5세가 되면 태어날 때보다 심장이 4배쯤 커진 상태, 사춘기 무렵에는 10배로 커진다. 지능지수는 18-25세 사이에 가장 높고, 뇌는 25세에 최대 크기가 되고 이후에는 쪼그라들기 시작해 무게가 줄고 빈 공간이 액체로 채워진다. 50세 이후에는 뇌의 무게가 매 10년마다 2%씩 줄어든다. 60세가 되면 근력이 중년일 때보다 20%떨어지고 70세에는 40% 떨어진다. 운동으로 감퇴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폭발적인 성장기를 지나면, 만개한 꽃이 지듯이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몸은 쇠약해 진다.

죽음을 대하는 두가지 태도
책에는 저자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가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두 사람이 죽음을 대하는 상반된 태도다. 저자는 '우리는 아주 잠깐 지구 위를 걷는 동물일 뿐이고, 언젠가 사라질 껍질에 둘러싸인 벌거벗은 육신일 뿐'이라며 죽음을 당연시 여긴다. 하지만 아버지는 삶에 집착하며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현명한 철학자라는 양반이 왜 그딴 식으로 생각하는 거냐"며 빈정댄다. 

대머리가 된 작가는, 머리를 깨끗이 밀고 대신 턱 밑 염소수염을 기르며 흡족해 한다. 머리카락을 빗어 넘겨 대머리를 가린 건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는게 그의 해석이다. 참 괴짜스럽기도 하다. 반면 저자의 아버지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은 시절 못지않은 즐거운 성생활은 물론, 마치 영원히 살 듯 운동에 미쳐있다. 책과 글쓰기를 놓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채찍질하듯 노년기를 보낸다.  

아들은 97세가 된 아버지에게 긴 인생을 살면서 배운 점이 무엇이냐 묻자 이런 말을 한다. "죽는 건 쉽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건 하잖니. 사는 게 재주지."

결국은 '삶'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나.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하고, 혹은 집안일을 하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어느 덧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젠가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즉 죽음을 인정하고 산다면, 하루하루가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 가족·친구에 대한 고마움, 어쩌면 조급한 마음에 여유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죽음에 얽힌 객관적인 정보와 죽음을 대하는 상반된 태도의 두 사람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떤 태도로 남을 삶을 살 것이냐'고…. 결국, 유한한 삶을 더 값지고 소중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로 글을 마친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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