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읽을만한 책] '뭐? 나랑 너랑 닮았다고!?', 뾰족한 마음을 둥글게 하는 그림책
고미 타로 저/김수희 역 | 미래아이
사회가 점점 뾰족해진다. 피로사회라는 용어에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좌절사회라거나 분노사회라는 말이 뒤를 잇는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죽였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됐을까.
사람들이 어떻게든 절망하지 않고 마음을 달랠 길이 없을까 생각하면 그림책이 떠오른다. 그림책은 시적인 글과 이야기 풍부한 그림 안에 모든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를 담아낸다. 사랑, 미움, 욕망, 슬픔, 분노, 기쁨. 그러면서 아이다운 즐거움과 희망과 긍정으로 이야기를 맺음으로써 읽는 이를 위로하고 빛을 준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작할 힘을 아주 짧은 순간에 건네받을 수 있는 책, 그게 그림책이다.
'뭐? 나랑 너랑 닮았다고?'는 서로의 다른 점을 들먹이며 남을 멸시하거나 경계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주 단순한 그림과 에피소드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계속 내놓는 고미 타로는, 그림책이 어떻게 철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너랑 나는 닮았다는 의자의 말에, 말은 기막혀 한다. 갈기 휘날리며 초원을 달리는 근사한 말을, 감히 죽은 나뭇조각으로 만든 의자 따위와 비교하다니! ‘말도 안 돼!’ 하는 듯한 표정의 말. 그러나 의자는 부드럽게 조근조근,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듯 이유를 들려준다. 말이 의자에게 설득당하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폭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논리적이거나 유머러스하거나 감성적인 다양한 면모 속에서 의자의 말은 어떤 철학자의 장황한 강의보다 더 강력하게, 의자와 말의 공통점을 확인시켜 준다. 자신을 말로 여기는 사람이든, 의자로 여기는 사람이든, 뾰족한 마음은 둥글어지고, 굳은 마음은 풀어질 수 있다. 정말이다, 한번 읽어 보시라!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