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읽을만한 책] '클래식 법정', 소송에 얽힌 음악가들의 인생과 음악 세계
조병선 저 | 뮤진트리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는 지금도 온통 모차르트다. 오스트리아 국민소득이 1인당 5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는데, 모차르트로 인한 소득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정작 모차르트는 평생 가난에 쪼들리고, 묘지조차 남기지 못했건만... 이런 측은지심에 '클래식 법정'의 저자는 당시의 법정 기록을 펼쳐 보 이며 모차르트의 당시 수입이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왜 빚에 쪼들렸는지, 독살설과 연루되는 프리메이슨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왜 무덤을 찾을 수 없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완벽한 사랑’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을 집요하게 반대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였다. 월드스타로서 큰 인기를 누리며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딸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욕심은 두 사람의 결혼을 막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명예를 짓밟히고 고통에 시달리는 중에도 슈만은 그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으며 끝까지 사랑을 지켰다.
리스트는 ‘리스토마니아’라 불리는 열성 팬을 거느리며 당대에 환호를 받았던 음악가이다. 하지만 ‘세기의 사랑’이라 명명되는 카롤리네와 그의 순수한 사랑은 오랜 소송 끝에 그토록 원하던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큰 자산가였던 카롤리네는 유언장에나마 ‘남편 프란츠 리스트’라고 쓰고, 전 재산을 리스트 재단에 상속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전공에 못지않게 음악을 공부한 저자는 음악가에 얽힌 소송을 매개로 그들의 인생과 음악 세계를 해설한다. 법학자답게 과장된 속설은 명쾌하게 정리하여 오해를 풀어 주고, 음악가의 철학과 당시의 사회상이 어떻게 음악에 반영되어 있는지 안내한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가 직접 음악가들의 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