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작가

"글은 읽혀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소중하고 귀중한 말이라도 사람들이 듣지 않고, 읽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는가. 말은 절반만 나의 것이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완성된다."

강상구 작가의 글에 대한 철칙엔 '배려'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체하며 읽는 사람을 애먹이는 글이 아닌 쉽고 간결한 글. 그리고 '공감'이라는 시대의 화두가 녹아있었다.

강 작가의 신작 책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지난해 11월 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상구 작가와 신작이 탄생하기까지의 뒷 이야기, 그리고 책,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팔리는 글을 써라""독자는 저자의 인사이트를 보는 것"
"어느 때인가 소설가 고종석씨에게 트위터로 물어본 적이 있다.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하나요. 팔리는 글을 써야 하나요? 그의 대답은 '고민하지 말고 팔리는 글을 써라!' 였다."

'팔리는 글'이란 결국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말하는 것일 터. 그의 책이 독자들의 사랑 받는 이유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전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기 때문일 것이다.

장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리스 신화를 차용해 풀어낸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동·서양고전을 넘나들며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또 오만을 버리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책은 그의 전작 '미토노믹스','마흔에 다시 읽는 손자병법'에 비해 에세이 느낌이 강했다.

"독자는 저자의 인사이트 (insight)를 보고 그 책을 읽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기사를 쓰는 사람 이고, 기사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책도 쉽게 쓰려다 보니 에세이 형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작들에 비해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내 색깔이 강해졌다. 장자의 텍스트에 끌려 다니지 않았다."

# '종'적인 독서, '횡'적인 독서…진주알을 꿰어라
강 작가는 독서를 '하나의 여정'이라 표현했다. 텍스트를 읽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관심사와 그에 따른 깊이 있는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읽는 '횡'적인 독서, 그리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깊이 있는 '종'적인 독서방법을 제시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 한 가지 주제에서 뭔가 딱 하고 걸리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면 장자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다른 작가의 책들을 찾게 되고, 원전까지 섭렵하게 되는 것처럼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횡적인 진도를 나가다가 종으로 깊어지면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비슷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각각의 세계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진주 알이 꿰어져 목걸이가 완성되고, 그 목걸이가 나에게 걸어지는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책도 그렇게 완성됐다."

# 글 잘 쓰고 싶다면…내 글과 '거리두기' 중요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옮아가기 마련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그의 조언을 구했다.

"글을 쓰고 싶다면 그냥 써라. 다만 쓰면서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감정 과잉'을 주의해야 한다. 내가 쓴 글과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자기가 쓴 글을 묵혀두고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고를 출력해 빨간줄을 박박 그어가면서 구성을 바꿔보기도 하고, 이를 다시 옮겨 적는 과정을 거쳐라."

책을 보는 일,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곤욕일 수 있다. 반대로 현실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강상구 작가는 책에서 지혜를 구하기도, 자신의 글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한 독서가'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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