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밀어붙이지 못한 두산, 벼랑에서 살아난 넥센'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10월 13일 잠실야구장. 2:5로 뒤지고 있는 9회 초 1사 1루 상황에서 최재훈 대신 오재일이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의 투수는 8회 초 투아웃부터 선발 밴헤켄의 공을 이어받은 조상우였다. 두산으로서는 아웃 카운트가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선두 타자 최주환이 안타로 출루했기에 끝까지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었다. 과연 두산은 또다시 뚝심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노볼 원스트라이크에서 조상우가 던진 공이 오재일의 몸쪽으로 떨어지면서 발끝에 스쳤다. 오재일의 몸에 맞는 공이 인정받는다면 경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1사 1-2루에서 민병헌으로 타석이 이어지게 되고 오재원, 김재호 등 까다로운 타자들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동점까지는 바라볼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잠실에서 열렸던 양 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2:3으로 뒤지던 두산의 9회 말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김재호가 조상우의 공에 맞았고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두산은 뒤지고 있었고 몸에 맞는 공이 기폭제가 되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터였다. 승리의 여신이 두산의 편을 들어준다면 3점은 결코 큰 점수 차라고 할 수 없었다.
왼쪽 발에 맞았다며 오재일이 1루로 나가려 했으나 투수 조상우와 포수 박동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 1차전처럼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주심마저 투구에 맞지 않았다며 출루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재일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혼자서 판정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 득점 기회를 살려보고자 했으나 결과는 삼진이었고 그렇게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늘어났다.
중계 카메라에는 오재일의 왼쪽 발에 공이 살짝 스치는 모습이 잡혔다. 몸에 맞은 공이 분명하므로 명백한 오심이라 할 수 있었다.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맥이 끊긴 두산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맞지도 않고 몸에 맞은 공으로 출루해서 동점까지 얻어냈던 1차전을 생각하면 장군 멍군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오심은 없어야 하고 심판의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시작은 넥센이 주도했다. 18승의 다승왕 두산 유희관을 상대로 1회 말 3타자 연속 안타를 몰아치면서 타격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3개의 안타로 얻어낸 득점은 하나도 없었다. 고종욱이 견제에 걸렸고 박병호와 유한준이 범타로 물러나면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이었다. 이번에도 지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까닭에서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지난해 MVP 서건창이었다. 3회 말 유희관의 7번째 공을 받아쳐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솔로 홈런포로 연결시켰고 팀으로 하여금 한숨 돌리도록 만들었다. 4회 말에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의 하나인 김하성이 역시 중월 솔로포를 쳐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이 꾸역꾸역 막아냈지만, 두산의 방망이는 넥센 선발 투수 밴헤켄에 막혀 종반까지 터지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따내고 1패를 내준 두산으로서는 넥센 불펜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조상우를 끌어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아직도 벼랑에서 벗어나지 못한 넥센에 비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으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플레이오프로 향하게 된다. 반면 넥센은 박병호와 유한준이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렇게 되면 2년 전 두산의 리버스 스윕이 올 시즌에는 넥센을 통해서 재현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