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해피 이벤트
흔히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은 엄마, 그리고 모성애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엄마의 헌신과 모성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여자가 엄마가 되는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영화 ‘해피 이벤트’는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변해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전하고 있다.
‘바바라’의 잘못은 ‘니콜라스’를 사랑했다는 것뿐이다. 웃는 것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빛만 봐도 좋은 그가 어느 날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고, 모든 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임신한 ‘바바라’는 자신도 통제하지 못할 신체와 심경 변화를 겪는다. 달이 차며 그녀의 몸은 낯설게 변해가고, 히스테리컬해지는가 하면 감당하지 못할 우울증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아홉 달을 보낸 그녀는 마침내 딸 ‘레아’를 낳게 되지만, 처음 대면한 낯선 존재를 사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바바라의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일어서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던 불룩한 배는 사라졌지만, 눈빛만 봐도 전기가 통했던 남자가 그냥 가족으로 느껴지고, 성이 더는 성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으며, 어느새 자신은 한 달 내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사는 아줌마가 되어 끊임없이 울어대는 아기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이 사건이 그녀에게는 너무 갑작스럽고 버거운 것이었다. 바바라는 아기를 목숨같이 사랑하는 열혈 엄마가 되어가면서도, 떨칠 수 없는 공허함으로 방황한다.
영화는 엄마가 되기 위해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너무 자세하고 현실적인 연출에 혹자는 출산과 육아를 너무 시니컬하게 그린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모두 현실에서 마주치는 실제 이야기다. 진짜처럼 보이는 여배우의 가짜 배처럼 영화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모성애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낱낱이 공개한다.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 여성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소설 ‘행복한 사건’으로, 임신이라는 ‘행복하고도 불행한 사건’에 맞닥뜨린 한 여성의 복잡한 심경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여자가 엄마가 되는 과정의 갈등과 아픔, 그리고 기쁨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임신으로 인해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소설과 영화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같은 관점을 갖고 있지만, 소설은 영화보다 조금 더 관념적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자가 겪는 면면을 세세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에 비해 소설은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뭉뚱그려져 있다. 하지만 바바라의 심경이나 주변 인물들의 비중은 영화보다 소설이 더 세밀하다.
소설과 영화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미묘하게 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둘은 서로 보완되기도 하고 상충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매력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결말 역시 두 작품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를 낳아 본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 100배 할 ‘해피 이벤트’는 원작과 영화 모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원작과 영화 어느 것을 보더라도 좋다. 아니 이왕이면 두 작품을 모두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와 남자들에게 꼭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