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인가 `황산벌`이란 영화를 보면서 걸쭉한 전라도 버전의 사투리를 듣고 우리말의 절묘한 표현에 감탄을 하였었다. 특히 `거시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였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거시기`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데 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만이 상황에 따라 이해되어지는 것으로 다양한 영역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 중국에도 `거시기`라는 말이 있는데 `太那個了`라고 표현한다. 직역을 하면 `너무 거시기하다`가 되는 셈이니 우리의 `거시기`와 그 뜻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사람은 이 말을 어떤 경우에 사용하고 있는지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 젊은이들의 애정표현은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포옹하는 장면, 키스하는 장면 또는 그 이상의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날씨 좋은 날 밤, 여학생 기숙사에서 통금시간 직전 등의 시간에는 낯뜨거운 장면을 더욱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 공원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때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뜻에서 혹은 너무 심하다는 의미에서 `太那個了`라고 말한다. 즉, `참 거시기하구만` 이라 하며 혀를 차고 돌아선다. 내가 목격한 낯뜨거운 장면을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 중 가장 거시기한 애정표현은 이러하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교정을 지나가는데 남녀 한 쌍이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연애에 빠져 있었다. 앉아 있는 남학생의 무릎을 베고 여학생이 누워 서로 눈을 마추지다 키스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남학생의 손이 여학생의 남방 단추 사이로 들어가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또 한 번은 겨울 방학 중의 어느날 대낮에 학교에 일이 있어 강의실 건물 계단을 올라가다 깜작 놀라 멈칫하였다. 그 이유는 계단 중간에 있는 라디에이터에 엉덩이를 대고 서있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뒤에서 포옹하고 있는 자세에서 남학생의 손이 여학생의 바지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뜻하지 않는 훼방꾼에게 그들도 놀랐겠지만 순간적으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런 장면을 보면 `太那個了 `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죽하면 2002년 모대학에서 캠퍼스 안에서의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는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심지어 퇴학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교칙을 정했겠는가? 물론 이 발표 직후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는 후문이 있었지만...... 법으로 애정표현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太那個了`가 다른 곳에 쓰이는 경우는 직접 거론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이다. 어떤 사람이 지나치게 따지기 좋아하거나 인색한 경우 등을 표현할 때 그 사람 `太那個了`라고 하면 서로 공감하는 사람끼리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직접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을 대신하는 셈이니 짧고도 쉽게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거시시하다`라는 말이 우리보다 광범위하게 쓰이지는 않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도 낯선 표현이 아니다. 아마 같은 문화권에 살고 있어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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