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랑방] 사랑방 이야기를 시작하며...
여러분! 안녕하세요! `심형철의 중국 사랑방` 사랑방지기 심형철입니다.
앞으로 여러분께 중국이야기를 들려줄까 합니다. 옛날 얘기냐고요? 물론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옛날이지만 그리 오랜 전의 얘기는 아니랍니다. 저는 작년 사스가 북경을 삼켜버린 4월말에 마스크를 쓰고 전쟁터를 빠져나오듯 귀국했으니 앞으로의 이야기는 유학생활을 통해 공부하면서 배운 것, 중국인들과의 만남, 여행 등등의 생생한 경험이 주요 내용입니다.
참고로 저는 서울의 고등학교 중국어 교사이고,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에서 민족학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2003년 12월 30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런데 민족학이 뭐하는 거냐고요? 음∼, 민족학이란 인류학과 같은 개념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공부하다보니 주로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학위논문은 `중국 알타이어계 소수민족의 금기문화 연구`입니다. 즉, 중국의 북방민족들이 과거에 살던 모습 중에 금기(禁忌)에 관한 것들만 골라 미주알 고주알 쓴 것이지요. 그래서 앞으로의 얘기에는 아마 일반적인 중국이야기에 소수민족이야기가 자주 등장할 겁니다.
자 그럼, 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치면서 중국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처음부터 중국문화가 이렇고 중국역사가 저렇고 하면 머리가 띵할 겁니다. 그래서 웃고 넘어 갈 수 있는 유머를 소개할까 합니다.
1. 리펑(李鵬)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비결
어느 날 상해 공항에 출국하려는 많은 사람들 속에 이태리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 파파로티,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 그리고 중국의 전 총리 리펑(李鵬)이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세 사람 모두 소매치기에게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렸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여권을 분실한 세 사람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속이 탔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윽고 탑승시간이 되었고 승객들이 차례대로 모두 탑승한 후 세 사람만 남았다.
세 사람은 보안 요원에게 다가가 사정을 얘기했지만 신분을 확인할 수 없어 태울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한 번 간절하게 사정을 얘기하자 보안 요원은 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해보라고 하였다.
먼저 파파로티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며 노래를 부르자 보안 요원이 `당신은 그 유명한 파파로티가 맞군요, 타시죠`라고 했다.
다음은 마라도나가 축구공을 빌려와 각 종 묘기를 부리자 보안 요원은 역시 `당신도 마라도나가 맞으니 타시오`라고 하였다.
앞의 두 사람이 각자의 재주로 신분을 확인시키는 모습을 본 이펑은 속이 탔다. 아무리 생각해도 리펑은 자신을 증명할 이렇다할 특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보안 요원에게 `나는 전 총리 리펑인데...... 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하였다. 그러자 보안 요원은 무릎을 탁 치며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틀림없는 리펑이군요. 타시죠`라고 하였다.
중국에도 정치 유머가 있다. 그러나 공영 방송이나 공개 석상에서는 금기사항에 속한다. 과거 우리도 군사정권 하에서 많은 정치 유머가 있었지만 입에서 입으로 회자될 뿐 공공연하게 소개할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에게도 정치를 풍자하는 유머는 있으나 코메디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다만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주고받는 얘기일 뿐이다.
위의 유머는 중국인들이 많은 정치인 중에서 특히 리펑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 이유는 대강 이러하다. 리펑은 중국 공산 혁명 유공자의 유복자로 태어나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손에 키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어려서부터 특별 대우를 받으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 특혜를 받으며 정치적 직위가 높아졌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그의 가족이 각 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인들이 그를 조롱하는 유머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리펑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