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에세이] 미켈란젤로가 왜 위대한지 깨닫다
로마는 내 생애 첫 유럽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로마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유적지가 가득한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다. 콜로세움과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로마시대의 유적지와 카톨릭의 중심지인 바티칸 시국(카톨릭 교황국)이 있다. 베드로 성당의 웅장함에도 놀라고, 안타깝게 무너진 콜로세움에도 놀랐다. 하지만 로마에서 내가 그 진가를 제대로 발견한 것은 미켈란젤로라는 화가이다.
제일 먼저 놀란 것은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피에타상이다. 피에타라는 것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매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무릎 위에 안아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미술인들이 피에타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미지로 만났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은 그냥 잘 만든 조각상 정도로 느꼈었는데 내 눈으로 직접 만난 피에타상은 정말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표정이나 옷깃 하나까지 그 섬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리아의 눈빛에서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고, 힘 없이 축 늘어진 예수의 모습은 십자가에서 지금 막 내려진 모습 같았다.
두번째로는, 내가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던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들이다. 그의 예술적 감각은 물론이고 소명이 가득한 그의 장인정신을 느끼게 하는 어마어마한 작품이었다. 4년여에 걸쳐 그렸다는 천장화에는 미술교과서에서나 보던 '천지창조'를 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실제로 보니 그 느낌이 달랐다. 사다리를 놓고 고개를 젖혀서 혼자 그 거대한 천장에 그림을 다 완성했다니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이 들었다. 사다리 위에서 힘들게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작업이었을까. 이 천장화를 완성하느라 목과 눈 건강이 안좋아졌다는 것은 그 넓은 천장의 위대한 그림들을 보는 순간 쉽게 이해된다.
경비원들이 "No camera! No Flash!"를 외치며 사진을 못찍게 했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도촬을 해야 했다. 안찍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와! 이 그림이 말로만 듣던 최후의 심판이구나!' 이 모든 그림을 이렇게 섬세하게 혼자서 그려냈다니 어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으리! 저 높은 곳 구석까지 어느 한군데도 대충 그려진 부분이 없는 하나의 그림이었다. 벽에 그려진 모든 사람의 얼굴을 제각각 그려 낸 것을 생각한다면 입을 다물수가 없다.
나의 짧은 문장력으로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나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미켈란젤로의 위대한 작품을 통해, '최후의 만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바로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한 가우디 또한 이처럼 위대했을 것이라고 느꼈다고 하면 그 기분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미술에 관해 문외한인 나이지만 이 날 만큼은 미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