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원하는 성공을 이미 거머쥔 사람이 있다. 안정된 직업에 높은 수입,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까지 그의 삶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내와의 관계는 삐걱대다 못해 파탄 일보 직진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참아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 보다 놓친 것에 집착하고 갈망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삶을 포기할 용기는 없는 사람. 현대의 소시민과 다를 것 없는 이 사람은 소설 ‘빅 픽처’의 주인공 벤이다.

2010년 소설 ‘빅 픽처’는 출시와 함께 대한민국 서점가를 들썩이게 했다. 일찍이 삶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거칠고 과격하게 접근한 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벤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내의 뒤를 쫓다 아내의 내연남인 게리를 만나게 되고,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하게 된다. 성공한 엘리트였던 남자가 단숨에 살인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벤은 그제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는지 깨닫게 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다. 살인의 대가로 감옥에 가는 대신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로 한 벤은 죽은 게리가 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일을 실행시켜나간다. 과연 벤은 세상을 속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죽음을 위장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벤의 탈주극은 지나치리만큼 사실적이고 잔인하다.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계속되는 팽팽한 긴장감에 피곤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에 남는 것은 잔인하고 난폭한 사건이 아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동질감이다.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빅 픽처’는 많은 사람을 매혹하며 장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영화 스틸컷

이에 비해 동명의 프랑스 영화 ‘빅 픽처’는 짧은 시간에 원작의 심오함을 담아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던지 스토리나 구성, 인물 모두 부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을 읽지 않고 봤다면 주인공의 깊은 절망과 삶에 대한 갈망, 후회 등을 짐작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영화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원작의 명성을 업고 개봉했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금세 잊혀버렸다.
지금 이 순간, 삶이 무료하다 느끼는 당신이라면 섬뜩한 긴장감으로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줄 소설 ‘빅 픽처’를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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