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거나 또래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연예인의 말투나 옷차림 등이 유행하는 것 등이 다 모방심리에 의한 것이다. ‘모방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모방은 개인과 사회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유명인의 자살이나 충격적인 범죄 등도 모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조선 시대에도 모방범죄가 있었다. 1868년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바로 그 시발점이다.
오페르트는 남연군의 유골과 부장품을 훔쳐내어 대원군과 통상문제에 대한 흥정을 벌일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무덤을 팠을 때 남연군의 관이 단단한 석회석으로 뒤덮여있어 소득 없이 철수하고 만다. 이 사건은 ‘오페르트 도굴 사건’이라 불리며 조선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크게 노한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화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페르트 도굴 사건’ 이후 조선에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횡행했다는 것이다. 효와 예를 제일의 덕목으로 여기는 조선 시대에 남의 조상 유골을 파헤쳐 돈을 뜯어내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패륜범죄였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보다 위험부담이 적고 피해자들이 협박에 쉽게 응해 성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오페르트 도굴 사건’의 모방범죄는 현대에도 발생했다. 1999년에는 롯데그룹 회장의 부친 유골 탈취 사건이 일어났고, 2004년에는 한화그룹 회장 조부모 묘가 도굴되었다. 2010년에는 태광그룹 창업자의 묘지가 도굴당했었는데, 이들 도굴 사건은 모두 한 명에 의해 이뤄진 범죄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당시 도굴범은 일반인보다 유가족 찾기와 거액을 요구하기 쉬운 재벌가만 노려왔다고 진술했지만, 그의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5년 주기로 철창신세를 져야만 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일수록 모방확률은 높아진다. 그리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최근 터키에서 실종된 10대 김모 군의 IS 가입 사건도 그렇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인터넷에는 IS 가입방법을 묻는 모방 글이 속출하며 사회적 우려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는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매체의 보도, 그릇된 판단, 소영웅주의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범죄 재연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여과되지 않은 정보와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여론몰이가 쏟아지는 요즘, 무분별한 모방을 막기 위해서라도 매체와 개인 모두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신중함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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