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인식 기술 탑재한 '애플페이', 모바일 결제 시장 판도 바꿀까?
지난 10월 20일 애플 iOS 8.1 배포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됐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을 사용하여 지문 인식만 하면 결제가 완료되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간편해졌다. IT 공룡 기업 대부분이 미래의 먹거리로 지목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시장이 애플페이로 인해 다시 한번 불붙고 있다. 특히 생체 인식 기술이 도입되면서 향후 모바일 결제 시스템 시장의 흐름에 또 한번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 간편 결제 시스템 10여년전 도입한 페이팔(Paypal)과 알리페이(Alipay)
이베이(ebay)와 알리바바(Alibaba)는 이미 10여년전부터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된 페이팔은 처음 가입 후 결제 정보를 입력해두면 페이팔과 계약을 맺은 쇼핑 업체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페이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된다. 간편한 결제 방식 때문에 가입자수는 크게 늘어 현재 1억 4800만명이 가입했고, 거래 규모도 180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이베이 전체 매출의 45%인 19억 5천만달러를 페이팔 결제 수수료에서 나왔을 만큼 페이팔은 성장 중이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역시 결제 방식이 간단하다. 알리바바의 성장과 함께 알리페이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거래량으로는 페이팔을 앞질렀다. 알리페이는 온라인 결제 외에 자판기, 상점 등의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재테크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MMF와 비슷한 개인금융 상품 '위어바오'를 출시했는데, 결제 후 알리페이 계좌에 남은 돈을 위어바오로 투자하면 일반 예금의 2배나 되는 6%대의 금리를 지급한다. 이에 위어바오 계좌에 몰린 자금은 지난 4월 5000억 위안(약 86조)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페이는 8억 2천만명의 회원을 확보, 결제 규모만 3조 8700억 위안(약 630조)에 이른다.
◇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애플과 아마존의 추격
이미 올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애플은 드디어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 탑재된 애플페이는 NFC를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사진으로 찍거나 앱스토어 계정으로 카드 정보를 미리 등록한 뒤, 결제 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댄 후 지문 인식만 하면 결제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보다 편리하고 보안에 있어서도 조금 더 강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고객의 결제 정보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을 당해도 사용자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애플페이가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지문 인식을 통한 결제 기술은 보안이나 편리성에 있어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닷컴의 원클릭 결제 시스템으로 이미 2억명이 넘는 결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도 모바일 결제 시장의 다크호스다. 파이어폰이나 킨들파이어 등의 하드웨어 생산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 애플과 유사한 형태의 성장이 가능하다. 이미 스마트폰앱을 통해 결제하는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 아마존은 기존 아마존닷컴 회원들과 입점한 업체들을 기반으로 점차적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지갑 형태의 모바일 결제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11년 '구글월렛'을 선보였으나 지난 3년간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페이스북은 유럽 전역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 화폐 발행을 염두에 두고 아일랜드 중앙은행으로부터 전자화폐 발행 기관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IT 기업으로 꼽히는 텐센트 또한 2012년 간편 전자결제 시스템 '텐페이(Tenpay)'를 내놓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카카오페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국내 온라인 결제 규제 개혁 논쟁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 완화를 지시해 국내 전자 결제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5일 서비스 개시한 '카카오페이'에 각종 금융기관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비스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120만명의 가입자수를 돌파한 카카오페이는 해외의 기존 결제 시스템과 유사하게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 후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현재 국내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업체를 보면 기존 금융회사, 통신사, 온라인쇼핑몰, 단말기 제조사 등을 들 수 있다. 신용카드 회사는 '앱카드'라 불리는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앱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신용카드 없이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통신 3사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T는 SK플래닛에서 제작한 '페이핀' 결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고, KT는 '모카페이', LGU+는 '페이나우'를 출시했다. 또,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에서는 '스마일페이'를 결제수단으로 내놓았다. 더불어 모바일 결제 솔류션 개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해외에 비해 뒤쳐진 감이 있지만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생체 인식 기술로 진화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
모바일 뱅킹이나 결제에 있어서 최고의 화두는 보안 문제이다. 특히나 개인정보 유출이 잦았던 국내에서는 모바일 결제를 꺼리는 이유로 대다수가 보안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이런 보안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생체 인식 기술이다. 미래학자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소장은 "지문, 홍채, 정맥 등 생체의 인식기능을 능가할 보안 기술은 없다"며 "애플의 지문 인식 기술은 모바일 결제의 중요한 보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포문을 연 생체 인식 기술 결제 시스템 개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얼마 전 알리페이는 화웨이와 손잡고 조만간 중국 최초 지문결제표준을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생체 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홍채 인식센서를 개발하고 있고, LG전자는 사용자 행동패턴을 활용한 보안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생체 인식 기술이 개발되고, 어떠한 형식으로 모바일 결제 기술이 개발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쩌면 모바일 없이 생체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던 놀라운 일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