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논증을 통해 밝히는 '죽음'과 '삶'의 실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저 | 엘도라도
죽음이란 주제는 항상 눈길을 끈다. 살아있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죽음을 맞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도 없는, 영원한 미지의 영역 '죽음'.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인가(출판사 엘도라도)> 는 아이비리그 3대 강의 중 하나로 꼽히는 셸리 케이건 교수의 강의 ‘죽음(Death)’을 옮겨놓은 번역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심리적 믿음과 종교적 해석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논리와 이성으로 ‘죽음’에 접근하는데, 철학 교수답게 500쪽이 넘는 책의 분량 중 2/3 정도를 ‘죽음’의 논증을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이 논증은 꽤 세밀하지만, 처음 주제에서 느낀 흥미나 기대를 저버리고, 이 책이 지루하고 반복적이라는 평을 듣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말장난으로까지 보이는 수 많은 논증에 둘러싸여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솟아오를 때, 저자는 죽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인간의 육체는 살아서 움직이다가 파괴된다. 결국 이것이 죽음에 관한 전부다."
'죽음'에 대해 흔히 접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만들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누구나 한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저자는 묻는다.
"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게 된다면, 정말로 원하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까?"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해 고민해봄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으로 1년, 5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독려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죽음'과 같은 방법으로 '영생'에 대해 논하며,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운명 때문에 우리의 삶은 한정돼 있고, 이런 희소성 때문에 우리의 삶은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강의가 17년 연속 예일대 최고의 명 강의로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건 그 어떤 종교적, 철학적 신념이나 가치에 구애 받지 않은 채 ‘죽음’을 조명하고, 순수한 '죽음'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라며, 미국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의 책 <고양이 요람(Cat’s Cradle)>에 실린 기도문을 소개한다. 보네거트가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낭송하기 위해 썼다는 이 기도문을 우리도 함께 읊조려보며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