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모리셔스 여행기 2편, 다양한 매력과 자신만의 색깔을 간직한 섬

기사입력 2019.07.20 10:30
  • 모든 섬은 바다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에 환경, 여건 면에서는 공통점도 많지만, 사람의 지문처럼 세상에 같은 섬은 하나도 없다. 그런면에서 모리셔스는 개성이 참 뚜렷하고 선이 굵은 섬이다.

    색과 색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존하지만 분명히 자기만의 색을 내는 무지개처럼 모리셔스만이 가진 또렷한 결이 있다. 또 그 색들이 물감이 되면 빨강 파랑이 섞여 보라가 되고, 노랑과 파랑이 섞여 초록이 된다.

  • 모리셔스 사람들은 크레올(Créole)이라는 독특한 언어를 쓴다. 얼핏 들으면 불어와 비슷하게 들리는데 문법, 음운 등 언어구조는 불어와는 전혀 다른 피진어*다. 다양한 인종,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소통을 하려다 보니 가능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언어가 필요했고, 그렇다 보니 어휘는 매우 제한적이고, 문법도 매우 간단한 언어다. 공용어는 프랑스어와 영어지만 모리시안의 절대 다수가 쓰는 언어는 크레올이다.
    * 피진(pidgin)어: 서로 다른 두 언어의 화자가 만나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스레 형성한 혼성어

  • 크레올은 본래 유럽인의 자손으로 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보통 유럽계와 현지인의 혼혈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criollo", "crioulo"라는 단어는 "criar"(성장)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으며, "현지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모리셔스에서는 크레올이 인종과 언어뿐 아니라 이 곳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정서, 춤과 음악, 요리법에까지 스며든 모리셔스의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다. 다양한 것은 아름답고 존중 받아야 하며, 더 강하다는 자존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 모리셔스의 인구는 인도계가 약 90만명, 전체 비율의 약 68%를 차지한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을 때 강제이주 된 인도인들의 후손이다. 아프리카계의 크레올 족은 27%밖에 안 된다. 거리가 꽤 먼데도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약 3만명 정도 되며 인구의 약 3%나 차지한다. 국가분류는 아프리카 권인데도 국민 과반수가 힌두교를 믿는다. 나머지 30%는 가톨릭, 기독교 신자고 이슬람 인구도 17%나 된다. 그 외 중국계 이민자들 중심의 소수 불교 인구도 있다.

    제주도의 1.2배 정도 되는 작은 섬에 이렇게 다양한 인종, 종교, 자연경관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서로 뒤섞이고 뭉그러진 것이 아닌 각각의 또렷한 빛을 뿜으며 다툼 없이 상생한다.

    그래서 모리셔스를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라고 한다. 한 그릇에 섞여있지만, 작게 썰은 수박, 파파야, 사과 알맹이들이 아삭아삭 씹힌다. 모리셔스는 과일 고유의 질감과 신선한 맛이 뭉게짐 없이 잘 어울어진 섬이다.

    가성비 좋은 고급숙소 가득한 모리셔스
  • 여행의 반은 숙소 선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 수록 잠자리는 먹는 것만큼 숙소 선택이 중요해진다. 모리셔스가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동급 휴양지 중 가성비가 최고라는 점이다.

    싸고 좋은 건 세상에 잘 없다던데, 모리셔스에는 시설 좋고 포함사항도 많은데 의외로 저렴한 리조트들이 많다. 보통 휴양지에는 소수의 최고급 리조트들과 다수의 중, 저가 호텔들이 구색을 이루는데, 모리셔스는 고급 리조트 수가 상당히 많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모리셔스에는 5성급 이상 등급을 단 숙소가 32개, 4성급이 26개, 3성급은 32개 있다. 고급 리조트들끼리 경쟁을 하다보니 시설은 더 좋게, 가격은 더 저렴하게, 때마다 포함사항도 다양하게 구성해 판매한다.

    리조트 수가 많은 만큼 개성을 살려 차별화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연령, 취향, 목적으로 모리셔스를 찾건, 어렵지 않게 원하는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비치콤버 계열의 클래식한 매력 파라디스, 디나로빈
  • 감히 몇 곳을 추천하자면, 슬픈 식민역사를 수중폭포 안으로 수렴하고 자존감과 관용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르 몽’ 산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 들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파라디스(Paradis)’나 ‘디나로빈(Dinarobin)’은 지어진지는 꽤 됐지만, 수시로 재단장 해 내부 시설은 새 호텔 못지않다.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유럽의 장년부부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고급스럽고 정갈한 시설과 서비스가 남달라 관록이 적은 신상 리조트들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 르 몽 산까지는 고작 700여 미터 거리라 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 혹은 석양 속에서 산을 향해 샷을 날리는 고급진 맛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이 두 리조트는 비치콤버 월드(Beachcomber World)에 속하는 리조트로, 모리셔스로 가는 한국사람의 40%는 이 계열의 리조트에 묵을 만큼 평판이 좋다. 이 중 로얄 팜(Royal Palm)이 가장 고급스럽기도 하고 객실가격도 높다.

    디나로빈 호텔 골프&스파(Dinarobin Hotel Golf&Spa), 파라디스 호텔&골프클럽(Paradis Hotel&Golf Club)은 클래식하고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다. 잘 차려입은 유러피언 부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나도 저렇게 늙고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이 부러웠다.

    지난 번에 갔을 때는 트로비슈 리조트(Trou Aux Biches Resort&Spa)에 묵었는데 젊은 커플, 허니무너들에게 딱 맞는 리조트였다. 그 외에도 빅토리아(Le Victoria)호텔, 카노니에(Le Canonnier)호텔, 모리시아(Le Mauricia)호텔이 있다.

    명불허전 세인트 레지스 리조트
  • 두 번째 추천 리조트는 역시 르 몽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명불허전’ 세인트 레지스 리조트((The St. Regis Mauritius Resort)다.

    개인적으로 호텔만큼은 클래식, 아날로그 분위기를 좋아하니 팔이 좀 안으로 굽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직업정신을 발휘해 흠을 좀 잡아보려 했지만 제 아무리 휘황찬란한 신상 리조트라도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위용이 서린 곳이다.

  • '세인트 레지스’다움이 무엇인지 이미 아는 사람이라면 모리셔스의 세인트 레지스는 제대로다. 실제 호텔스닷컴에서 이 리조트를 예약하고 머물었던 투숙객들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을 만큼 입 소문이 좋은 곳이다.

    세인트 레지스의 특징은 단연 버틀러 서비스인데, 우리 문화에는 좀 낯설지만, 유럽의 성을 개조해 만든 호텔이나, 전통을 강조하는 호텔들은 버틀러 서비스가 그 호텔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오직 나 만을 위해, 무엇이든, 언제나 대기하는 충직한 전담직원이 있다는 게 참 든든하다.

  • 체크인을 하자마자 득달같이 방으로 찾아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는데 너무 많아 다 기억도 할 수 없었다. 서비스도 그렇지만, 자재 하나하나가 다 명품이다. 두 명이 들어가도 충분히 넓은 대리석으로 만든 욕조와 동선을 완벽히 배려한 인테리어에 감동이 더 해졌다. 객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더욱 정이가는 곳이었다.

    야외 테니스코트, 터키식 목욕탕, 실외 수영장이 있고, 바비큐/피크닉 공간, 당구, 자전거 대여도 해준다. 총 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저녁식사를 한 플로팅 마켓(Floating Market)과 르 마노아(Le Manoir)다.

    고급스러움과 캐주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부담없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튼, 플레이팅, 맛, 쉐프와 종업원의 매너 모두 최고였다. 이렇게 대충 뭉뚱그려 말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많이 마시고 먹으며, 많이 웃고, 떠들며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한 밤 중이 되었다.

    물놀이 후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딱 좋은 안식처로 탁 트인 파란해변을 낀 더 보트하우스(The BoatHouse)도 자주 이용했다. 리조트에서 시우사구르 람룰람 국제공항까지는 자동차로 60분 정도 걸린다. 주요 관광지인 타마린과 가까워 첫날이나 마지막 날 주로 묵게되는 곳이다.

    더 멀리 더 특별하게
  • 해외여행 빈도가 늘면서 많은 수의 여행자들은 이제 단거리 지역은 왠 만큼 다 가 본 셈이라 조금 멀리, 조금 더 특별한 곳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심리다.

    모리셔스는 이미 허니무너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모리셔스는 한적하고 순수하고 무성해서 아름다운 곳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 단체관광객이 바글거리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

  • 모리셔스에서만 살다가 멸종된 ‘도도새’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고인 물에 산 물고기는 건강하지 못하다. 고립된 섬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외부에서 아무 영향도 받지 못하도록 더 고립시켜 무균상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유입되어 이 섬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하도록 자본을 투자하고 여행명소를 더 개발해 더 많은 매력을 뿜는 섬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서서히 문을 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 거리가 좀 멀다 뿐이지, 모리셔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찾는 동남아시아의 휴양지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색다른 매력이 담뿍 담긴 곳이다.

    휴양지라면 왠 만한 곳은 거의 다 본 나에게도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선한 충격을 준 곳이다. 섬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비밀을 이미 발견한 곳이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김정흠, 박성수 작가 / 드림아일랜드(DreamIsland)
    취재협조=모리셔스관광청(MPTA) / 모투어코(Mautou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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