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영화에 진심인 이들이 모였다.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역대 최다 출품작이 전주국제영화제에 모였고, 진심을 담아 43개국, 232편의 작품을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다.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새벽의 모든'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문을 열고, 캐나다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의 '맷과 마라'가 폐막작으로 선정돼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을 닫는다.

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및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우범기 조직위원장,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문석-문성경-전진수 프로그래머, 박태준 전주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처럼 '전주국제영화제'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개막작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이 선정됐다. '새벽의 모든'은 월경전증후군을 앓는 여자와 공황장애를 앓는 남자의 만남과 연대를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일상적인 공간과 평상시처럼 흐르던 시간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품"이라며 "크고 작은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평화로운 우주를 만드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묘사된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폐막작은 끈끈한 캐나다 독립영화계가 배출한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의 '맷과 마라'가 선정됐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만약 우리가 사랑한다면'이라고 줄일 수 있을 거다. 과거에 이루어지지 않은 한 남자와 여자가 오랜만에 만나 서로에게 확인하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경쟁' 섹션은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배우 유지태와 홍지영 감독을 비롯한 국내외 다섯 명의 심사위원은 81개국에서 출품된 747편의 작품 중 열 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지난해보다 143편이나 증가한 역대 최다 출품 수를 기록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팬데믹 상황 속 외국 독립영화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제작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제한된 공간과 인력 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엿보였다"라며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 영화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섹션에는 배우 김새벽을 비롯해 6명의 국내외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올해 '한국경쟁' 섹션에 출품된 작품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인 134편, '한국단편경쟁' 섹션에는 역대 최다 편수인 1,332편을 기록했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팬데믹 상황 이후 영화제가 활발해진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이야기하며 "소재나 주제에서 여성을 내세운 작품들에 변화가 느껴졌다. 과거 사회적 억압과 피해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일상 속 섬세한 감성을 포착한 작품들이 도드라졌다"라고 변화를 설명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한 지점은 '전주'와 '영화'에 있다. 그중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인 '전주'의 위상을 '전주국제영화제'와 결합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전주씨네투어X마중'에는 배우 진구, 공승연, 이유미, 이수경 등이 속한 바로엔터테인먼트가 나선다. 해당 프로그램은 독립영화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매니지먼트사와 함께 영화 상영,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주를 찾은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이 주 내용으로 담긴다.

'영화'의 일환에는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박태준 전주 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는 "전주프로젝트는 저예산 장편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로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섹션에서 2년 연속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올해 공개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다이렉트 액션', '럭키, 아파트', '구름이 그림자를 숨길 때', '제자리에 있는 건 없다'라는 1편의 다큐멘터리와 3편의 극영화로 현재 사회적 이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 역사적 사건까지 매우 다른 주제와 접근 방식을 지닌 작품들이 상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을 모아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차이밍량 감독은 분명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크게 말하면 '영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오셨다. 이야기의 구조, 스토리텔링보다 모던한 도식 속 고독이 강조되는 작품을 해오셨는데, 이를 끝까지 예술로 밀어붙일지 고민하신 것 같다. 그래서 플롯이 없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도전한 작품이 '행자 연작'인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서유기' 속 삼장법사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은 여행금지령에도 불경을 가지러 서역으로 떠나며 온갖 고난을 겪은 후 마침내 불경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파리, 도쿄를 거쳐 워싱턴DC까지 이른 승려의 느린 발걸음이 사색과 깨달음의 시간을 선사할 것.

'다시보다: 25+50'을 통해 반가운 얼굴을 스크린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2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기획한 섹션으로 영화 '오! 수정'(홍상수),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류승완), '사랑니'(정지우), '피아골'(이강천), '지옥화'(신상옥), '안개'(김수용), '피막'(이두용)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매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선정하는 단 한 명의 프로그래머,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허진호 감독이 선정됐다. 허진호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제 고향이기도 한 전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올해 프로그램을 맡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 '봄날은 간다', '외출'과 영화적 영감을 불어넣어 준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파리, 텍사스'(빔 벤더스), '동경 이야기'(오즈 야스지로)를 선정했다. 또한 허진호 감독은 '국제경쟁' 섹션의 심사위원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유지태와 '봄날은 간다'를 함께 보게 될 설렘도 덧붙였다. 그는 "당시 유지태가 26살이었다. 그 모습을 함께 보고 싶고, 같이 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다"라고 전하며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에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43개국 232편의 작품은 오는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CGV전주고사, 메가박스 전주객사,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상영된다. 또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행사는 영화의 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은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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