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에서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우렁찼다. 2층까지 있는 카페에서 진행된 김태리의 인터뷰를 한마디로 요약 정리하자면 그렇다. 같은 날 같은 카페 지하 1층에서 김우빈의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그곳까지 김태리의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커다란 극장의 가장 끝줄까지 김태리의 웃음이 전달됐으니, 그 우렁찬 목소리는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다.

그렇지만 분명 달랐다. 분명 영화 '아가씨' 때 김태리는 인터뷰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땐 신인이었잖아요"라고 답했지만, 이것 역시 이유가 있었다. "그땐 제 말이 글로 박제되어 버리는 걸 안 좋아했어요. 이 말로 저를 판단하는 게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괜찮아졌어요. 2022년 7월의 김태리잖아요. 8월의 김태리는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기록용으로 생각하면, 자유로워졌어요." 자유로워진 김태리는 한층 더 우렁차게 인터뷰에 임했다. 그 외침을 전달하기 위해 해당 인터뷰에는 '느낌표'를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을 미리 양해드린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외계+인'은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과 1391년 고려 말 소문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의 모험을 담은 작품. 김태리는 높은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찾기 위해 직진하는 인물 '이안' 역을 맡았다.

'외계+인' 현장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김태리는 '외계+인'을 선택한 이유로 "딱 세글자. 최동훈"이라고 외쳤다.

"시나리오에 '감독 최동훈'이라고 쓰여있어서 '예스(YES)'했습니다. 작품이 가진 장르적 복잡성에서 오는 불안은 전혀 없었어요. 저는 그런 거 되게 좋아해요. 새로운 것 하는 거 좋아하고요. '승리호'도, 펜싱선수(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그래서 한 거예요. 처음 하는 것은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의의만으로도 작품에 뛰어들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나 새로운 이야기를 심지어 최동훈 감독님인데!!!"

"제가 연극으로 시작했고, 제 안에서 영화를 만난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연극을 시작할 때 영화도 연극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제 안에서 부딪히며 하는 게 좋아서 그냥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자면, 보지 않으면 안 돼요. 한국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어떤 캐릭터, 어떤 장르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감독과 언젠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동훈 감독님은 제게 그런 감독님 중 한 분이셨어요. 기회가 왔고, 잡았죠!"

영화 '외계+인'에서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앞서 김태리는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자신에게서 찾는 경우도 있고,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안을 위해 김태리에게서 꺼낸 부분도 있을까. 김태리는 "'외계+인' 촬영 전에 제가 굉장히 오랜 시간 회피형 인간으로 살았어요"라며 답변을 이어간다.

"제가 잠으로 도피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스트레스받거나 하면, 잠을 자요. 그러면 좀 흐릿해져요. 그리고 다시 자요. 다음 날이 되면 더 옅어져요. 그렇게 다음을 밟을 수 있었는데요. 이안은 회피하지 않아요. 이게 옳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다치더라도 막 달려가요. 그런 지점이 저와는 달랐어요."

최동훈 감독의 촬영 현장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해진 직선의 틀보다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곡선에 가깝다. 콘티대로 완벽하게 찍기보다, 현장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런 자유로움에서 '배우'로서 배운 점도 있을까.

'외계+인' 현장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아가씨' 촬영할 때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어요. 저는 그 안에서 최대한 잘 따라가서 민폐가 되지 않게 표현해야 했어요. 그때는 내 것만 잘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조금 넓은 시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전체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 캐릭터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도 보이고,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요."

"'외계+인'은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현장이었죠. 최동훈 감독님이 풀어놓으시니까요. 본인도 '생각해봤는데, 이러면 안 될 거 같아'라고 하시면, 제가 '오, 생각해볼게요'라고 말씀드리고 하루종일 더 좋은 대사가 없을까를 너무 즐겁게 생각해요. 이런 작업 방식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외계+인' 속 김태리의 애드리브도 있을까.

'외계+인' 현장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제가 애드리브에 강한 배우는 아니에요. 유해진 선배님께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승리호' 할 때 업동이는 정말 해진 선배님이 재창조한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직접 쓰신 대사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절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대사가 아니에요.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만들어오세요. 그리고 촬영 전에 저희와 공유해요. 엄청 캐릭터에 빙의되어서 툭 나온 애드리브가 안성맞춤인 경우도 있지만, 해진 선배님의 애드리브는 고심하고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문장이에요. 그걸 애드리브처럼 하시는 거고요."

"그때 저도 생각했죠. '아! 내가 나아갈 방향은 저거구나'라고요. 저는 항상 자격지심이 있었거든요. '나는 왜 이렇게 애드리브도 못 하고, 임기응변도 못 하지'라고요. 그런데 해진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고민을 많이 한 결과물을 가져가도, 채택이 안 될 수도 있죠. 그러면 또 고민하는 거고요. 저는 애드리브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인지하고 있어요."

이안은 고려시대에서 '천둥 쏘는 처자'라고 불린다. 630년 전 고려 말에 권총을 들고 다니는 정체 모를 여인으로 타고난 담력과 수준급 무술 실력의 소유자다. 그런 이안의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김태리는 기계체조를 배웠다. 자기 자신을 "패스트러너(빨리 배우는 학생 fast learner)"라고 표현하는 그는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것이 배우의 좋은 부분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기계체조를 통해 익힌 유연함은 영화 '매트릭스'의 명장면을 연상케 하는 총기 액션으로 '멋짐'을 완성했다.

영화 '외계+인'에서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는데요. 사실 저는 그 표정이 얻어걸렸다고 생각해요. 그날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 좋은 테이크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웃음) 액션 연기는 할 때마다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감독님께 '테이크 한 번만 더 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게 다 욕심이었죠."

사실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후, 연이어 작품을 흥행시켰다. 김태리는 작품을 할 때면 김태리가 아닌 숙희(아가씨)로, 애신(미스터선샤인)으로, 혜원(리틀 포레스트), 장선장(승리호), 나희도(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이안(외계+인)으로 보였다. 그냥 김태리가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그럴 것 같이 보였다. 김태리는 이런 비법 맛집의 비결을 묻는 말에 답을 이어갔다.

"연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진짜에 가장 근접한 거짓말을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걸 향해 달려가는 거고요. 거짓말이 아닐 수는 없다는 것에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가장 진짜에 가까운 거짓말이 어디인가를 찾아가는 거예요. 나에서 찾는다거나, 상상을 발휘한다거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그 지점에 도달하는 거예요. 그때, 가장 중요한 게 있어요. 포기하지 않는 것."

영화 '외계+인'에서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DB

대중들은 김태리의 그 모습 그대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례로 '헤어질 결심' VIP 시사회에 참석한 김태리가 큰 하트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안 돼요. 민소매 입었잖아요!"라며 해맑게 말하고 크게 웃는 영상은 이른바 짤로 만들어져 수없이 퍼져나갔다. 그렇게 SNS 상에서 퍼져나가는 자신의 짤(짧은 영상)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걸 예쁘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싶어요. 사실 제가 자유로운 사람이라도 조심을 안 할 수는 없어요. 백만 명이 저를 본다면, 백만 개의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실 거예요. 조심을 해야 하는데, 자꾸 본연의 모습들이 나와요. 그런데 그런 순간을 예쁘게 봐주신 거잖아요. '너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그럴지 모르겠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이게 양날의 검 같아요.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장·단점이 명확해서요. 예전에는 프라이버시도 중요했거든요. 나의 성격, 내가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등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젠 그런 걸 공유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요. 숨기고 싶지도, 막 드러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일까. 김태리는 올해 소속사 매니지먼트 mmm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브이로그를 공개한 바 있다. '거기가 여긴가'라는 제목의 여행 브이로그는 제작, 기획, 촬영, 출연, 연출 모두 김태리가 맡았다. 연기만이 아닌 여행의 여정을 담은 콘텐츠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음주와 눈물 등 솔직한 '김태리'를 보여준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을까.

"달라진 점이 분명히 있어요. 제 예전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요. 저의 예전 모습을 보면서 제 안 좋은 면을 발견하는 것이 이제는 두렵지가 않아요. 과거는 과거의 것이고, 지금의 저는 다르니까요. 브이로그가 편한 상태로 하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우려할 수 있죠. 다 보여주면 어떻게 하냐고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아니에요. 김태리는 훨씬 더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고, 훨씬 더 변화할 거예요."

"제가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어요. 요즘 뭐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사람'이라고 해요. 사람을 만나면 저는 그런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내가 너를 위해서 살게.' 너무 진심이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도 '여러분들을 위해 살게요'라고 할 수도 있어요. 우리 회사를 위해 살 거고, 최동훈 감독님을 위해 살 거고, 제 고양이를 위해 살 거고요. 눈물 날 것 같아. 제 인생에서 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람을 위하는 길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기적인 거일 수 있어요. 제가 이기적이라 이타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렇습니다."

분명히 '아가씨'(2016) 때와는 다른 김태리다.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김태리는 8월의 김태리를, 가을의 김태리를, 그리고 미래의 김태리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영화계에 데뷔하자 김태리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김태리의 그 어떤 캐릭터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김태리는 무한하게 뻗어갈 수 있는 '김태리'다.

영화 '외계+인'에서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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