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선택하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원격 의료에 찬성 입장을 보여온 김승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불가피한 흐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는 지난 4월 초까지 약 443만 건의 이용 건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택치료자의 이용 건수(528만 건)를 제외한 수치로, 총 누적 건수(970만 건)를 고려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셈이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과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으로 다시 불법이 될 위기에 놓였지만,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이들을 중심으로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며 상시 체계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의 입장은 분분하지만,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지난 26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 개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 세미나에서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의 가장 기본적 방향은 의료 사각지대에서 취약계층 관리 등 정책적 관점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및 책임, 적정 수가 보장, 1차 의료기관 중심, 회원의 권리 보장 등을 논의하는 등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비를 하는 모양새다.

현재 비대면 진료를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은 약사회다. 비대면 진료에는 조제약 배송도 포함되는데, 의약품 오남용, 오배송, 개인 민감정보 유출, 무자격자 조제 등의 문제 발생으로 국민 건강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작용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 제시 가능
실제 많은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비대면 의료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는 전문의약품과 일반 약 제품을 홍보물로 제작해 약 배달을 광고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나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전문약은 대중광고가 금지되는데도 의약품 배송 업체 광고에 대한 소관 법이나 심의 규제가 없어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비대면 전문으로만 운영하는 병·의원과 배달 전문약국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의 대부분은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발생한 것으로, 산업계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구체적인 제도화 결정이 나기 전까지 자율 규제 기준과 체계를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올라케어

영상통화 방식으로 의사와 이용자의 비대면 진료를 카카오톡으로 연계하는 솔닥(솔직한 닥터)은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전이 지정 약국으로 전송되면, 약사가 전화로 복용법을 안내한 뒤 약품을 퀵 또는 택배로 발송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는 약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 변질, 오배송, 개인 민감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의약품 전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플랫폼에서 직고용해 약 배송과 관련한 전문 교육을 받은 배송 전담 직원이 약국에서 조제된 약을 픽업해 환자 본인 확인 후 직접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올라케어는 이러한 배송 시스템을 통해 민감한 개인 정보 유출과 오배송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올라케어는 플랫폼에서 비대면 진료 오남용 및 과진료 예방을 위해 환자의 진료 내역을 참여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만 17세 미만 청소년에게 사후피임약 처방을 제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시행하기도 했다.

현재 약 배달에 배송 대행 업체를 이용 중인 닥터나우도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소속되어 있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제도의 안정적 도입과 업계 전반의 자정 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약 배송비 무료 정책 유료화, 비대면 진료 시 지문 인증 등 환자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하는 등 안전한 비대면 진료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라케어의 운영사 ㈜블루앤트 김성현 대표는 “이해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사항들은 정부 주도하에 의료계, 산업계가 참여하는 실증단계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이 논의된다면,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비대면 진료 체계를 정착시킬 수 있다. 현재 도매 물류에 적용하고 있는 의약품 유통관리기준(KGSP)을 확대 적용하거나 인허가 받은 플랫폼에 한해 배송을 한다거나 비대면 복약지도 절차 등의 법적 기준 마련한다면 배송 과정에서 개인정보유출, 의약품 오배송 등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기존 약국들이 안정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배송 권역 제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혁신 모델 마련해야
현재 OECD 가입 38개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규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뿐이다.

비대면 진료 건수가 1,000만 명에 달한 지금은 실제 국민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적 보완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의료계 이해 관계자들뿐 아니라 이미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산업계와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많은 장점이 있다. 정부 주도하에 의료계와 산업계, 소비자가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비대면 진료 체계를 고민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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