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조트

[인터뷰]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현기 GM “아티스트, 관객, 프로듀서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

기사입력 2024.02.07 17:22
- 전시, 콘서트, 뮤지컬 등 라이브 콘텐츠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
  •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현기 GM
    ▲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현기 GM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문을 열었다. 만 오천석 규모로 라이브 콘서트에 최적화된 시설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지난해 말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를 필두로 다양한 이벤트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최정상 K-팝 아티스트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멜론뮤직어워드와 샤이니 태민의 솔로 콘서트는 티켓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여 국내 첫 공연 전문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K-팝 이벤트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공연장과 음향 수준과 시설 면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디지틀조선일보가 아레나를 총괄하고 있는 장현기 GM(General Manager)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공연 만드는 사람 '장현기'다. '라이브 콘텐츠 프로듀서'로 오랜 기간 일해왔다.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 이벤트 등을 라이브 콘텐츠라고 하는데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공연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쉐라톤워커힐 호텔의 무대감독을 맡으면서부터다. 2015년까지는 인터파크씨어터 공연사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블루스퀘어를 건립하고 운영했다. 현재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총괄하는 GM이다.

    Q. 인스파이어로 이직하기 전 이력이 독특하다. ‘브릭캠퍼스’라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하셨는데, 어떻게 다시 공연업계로 돌아오게 됐나.

    A. 나는 소위 '키덜트족'이다. 브릭을 가지고 노는 것을 참 좋아했고 브릭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브릭캠퍼스는 브릭 아트 테마파크로 직접 브릭을 체험하고 브릭 아트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특정 장소를 빌려서 그곳의 테마에 맞게 내부를 설계해 관람객들이 관람하는 것이 공연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갈 즈음에 인스파이어에 아레나가 지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에서 일할 생각은 처음에 없었고, 한국의 최초 아레나에 대한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인스파이어를 찾았다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다. 마침 인스파이어에서도 아레나 GM을 뽑아야 하던 때라 어찌 보면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 

    Q. 공연장을 직접 건립 및 운영 하는 등 공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계기가 있었나.

    A. 음악이 너무 좋아서 대학생 때 기타 연주를 하는 록밴드 생활을 오래 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에 음악과 공연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졌다. 밴드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공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군대 제대 후 '재즈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는데 전국으로 공연하러 다니면서 보면 무대와 조명, 음향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연주자나 아티스트가 말하면 현지에서 공연을 잘 아는 누군가가 해결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무대, 음향, 조명, 특수효과 사용 등 공연 만드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첫 직장은 2000년 쉐라톤워커힐의 무대감독으로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콘서트 연출 제작자가 거의 없었을 때라 주먹구구식으로 공연했던 시기였다. 워커힐의 극장은 가수를 섭외해서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무대감독이었지만 공연 연출도 하게 됐다. 조명, 음향, 특수효과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워커힐에서의 공연 경험이 본격적인 공연업계로 입문하게 된 계기다. 쉐라톤 워커힐 퇴사 후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으로 아내와 공연을 보러 다녔다. 공연 선진국으로 가서 직접 공연을 관람했는데, 6개월간 본 공연이 150편이 넘는다. 그 당시 공연을 보면서 수준 높은 공연의 퀄리티에 감탄하며 "라이브 콘텐츠가 주는 매력이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연을 보면서 노트에 스케치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 메모도 많이 했는데, 그 노트가 실제 공연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Q.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콘서트 연출을 하기 시작한 건 언제였나.

    A. 2007년부터 방송 행사나 어워즈, E 스포츠 리그 개·폐막식을 연출했다. 처음으로 대규모 콘서트 연출을 온전히 맡아서 한 건 가수 박효신 데뷔 10주년 콘서트 <Gift Live Tour>였다. 거의 매일 아티스트를 만나 상의했고, 콘서트를 준비하는 6개월간 내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공들여 공연 연출을 준비했다. 벌써 20여 년 전이라 기술력으로 따지면 지금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었지만 라이브의 감동은 꼭 기술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공연의 핵심인 아티스트와 소속사, 프로듀서, 디렉터 4개 분야 담당자의 궁합이 이상적으로 좋았다. 지금까지 연출한 콘서트가 100개가 넘는데, 그중 원픽을 꼽으라고 하면 '박효신 데뷔 10주년 콘서트'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공연을 잘 마치고 '내가 갈 길은 이거야!'라고 확신하게 됐다. 이후 박효신 씨와 10년가량 공연을 계속 함께 이어나갔다 2008년부터 이승환, 박진영, 성시경, 박정현, 김윤아 등 국내 최정상 가수의 콘서트를 연출했다. 7~8년 동안 콘서트 연출과 기획을 하면서 공연업계에 큰 틀을 만들었다. 2015년부터는 K팝이 서서히 등장하면서 공연업계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스토리로 공연을 만들어가고 라이브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화려한 비주얼 위주의 공연이 많아졌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의 흐름이었다.

    Q. 2011년에는 인터파크 블루스퀘어에서 GM으로 계셨다. 

    A. 콘서트 연출가이자 프로듀서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인터파크와 인연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인터파크가 공연장(블루스퀘어)을 새로 운영하게 됐는데 우리나라에 공연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어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블루스퀘어 개관 1년 전부터 함께 일할 직원들을 채용하고 열심히 준비해 개관했다. 블루스퀘어에서 개관작을 공연한 날 밤에 감정이 복받쳐 직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뭐든 첫 시작이 가장 어렵다. 오픈 멤버가 다시는 되지 않아야 겠다고 결심했지만 블루스퀘어보다 10배나 더 큰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오픈하는 총책임자가 되었다.(웃음)

  • 인스파이어 아레나_MMA2023 현장
    ▲ 인스파이어 아레나_MMA2023 현장

    Q. 국내 최초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음향, 시야, 편안한 좌석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아레나 내외부 여러 면에서 신경을 썼겠지만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떤 부분인가.

    A. 아레나 GM으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공식적인 공연장 수가 1,300개 정도 되는데, 일반 공연장을 기준으로 주말 가동률 50% 되는 곳이 거의 없다. 공연장은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장의 가치를 높이려면 가동률이 생명이다. 가동률을 높이려면 공연의 주인공인 아티스트가 좋아야 하고,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공연장이 되기 위해서는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한다. 결국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제외하고 인스파이어 아레나 직원들 모두가 좋은 공연장을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는 것에 집중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메이어 사운드의 최신형 팬서시스템을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쉽게 변형 가능한 무대 및 객석 구조, 최첨단 음향 설비와 무대 시설을 갖췄다. 또한, 관객들은 계절이나 날씨 상황에 구애 없이 공연 입장 전까지 쾌적한 실내에서 리조트 시설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를 시작으로 ‘SBS 가요대전’, ‘샤이니 태민 솔로 콘서트:메타모프’, ‘2023 동방신기 콘서트' 등을 아레나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장이라는 평이 많은데,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 훌륭한 아티스트와 관객들을 더 많이 모시고 싶다.

    Q.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의 평은 어떤가.

    A. 아티스트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음향'이다.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된다. 보통 공연장에서 음향을 올리면 내부에 소리 반사가 심해져서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소리의 반사각이 계산되어 있지 않고 흡음 시스템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음향을 컨트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레나는 공연장 설계단계부터 음향의 반사각, 반사음을 고려해서 만들었고, 흡음할 수 있는 특수 재질로 되어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또한, 무대에 섰을 때 관객석 단차가 높아, 앞사람 머리 걸림 없이 관객들과 1:1로 눈 맞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아티스트들의 평도 많았다. 

    Q. 아레나는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이벤트도 가능한 공간이라고 들었다. 공연 외 예정되어 있는 이벤트가 어떤 게 있나. 

    A.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쉽게 변형 가능한 무대 및 좌석 구조를 갖춘 1만 5천 석 규모의 국내 최초 다목적 아레나로, 라이브 음악 공연부터 메이저 스포츠 경기, e-스포츠 대회, 대형 박람회, 시상식 등 실내에서 개최하는 큰 행사를 아우를 수 있다. 오는 3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세계 최정상 탁구 선수들이 펼치는 ‘WTT 챔피언스 인천’ 대회를 개최한다.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WTT 챔피언스 기간에는 아레나가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완벽히 탈바꿈할 예정이다. 여타 공연장이나 경기장보다 높은 좌석 단차를 확보한 설계로 지어져, 관람객은 시야 방해 없이 최정상 탁구 스타들이 펼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한층 짜릿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현기 GM
    ▲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현기 GM

    Q. 그동안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콘서트를 연출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군가.

    A. 라이브 콘서트는 가수 이승환 씨가 독보적인 선구자다. 대한민국에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정말 많지만 음악 시장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수 이승환 씨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 환경이 척박했을 시절에 '라이브 콘서트는 이런 것'라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든 아티스트다. 성공적인 라이브 공연 하나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절부터 다채로운 테마의 라이브 콘서트를 이어나가며 공연업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큰 공을 세운 아티스트다. 특히 1999년 이승환 무적투어는 공연업계에 전설이 될 정도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승환 키즈이기도 한 나 역시 <이승환 페스티벌>, <환타스틱>, <무적전설> 등을 연출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인스파이어는 대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연 기획도 한다. 조만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이승환 씨가 라이브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모시고 싶다. 

    Q. 아레나에서 해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

    A. 그동안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상부 시설이 없어서 열 수 없었던 세계적인 공연들이 많다. 공연 시설이 없어서 경험할 수 없었던 세계적인 콘서트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아레나는 10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상부 시설인 천장이 설계되어 있고, 바닥 역시 무한대로 장비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공연장 인프라 문제로 공연을 열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Q. 인스파이어 아레나 GM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A.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연장은 가동률이 매우 중요한데, 목표를 주말 가동률 80%로 하고 있다. 현재 아레나 부킹 현황을 보면 목표로 하는 가동률 80%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Q. 나에게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어떤 의미인가.

    A. 공연을 만드는 제작자로서 아레나는 '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공간'이다.

    Q. 아레나 총괄자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A. 아레나를 아티스트와 관객, 프로듀서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포부이자 숙제다. 거리상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말 사랑하는 공간이라면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누구나 방문하게 된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공연 관람을 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다. 국내 첫 아레나는 공연업계에도 큰 의미가 있다. 세울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인허가 과정도 풀기가 어렵다. 영종도에 첫 문을 연 아레나가 반드시 성공해서, 한국에 지금 짓고 있는 다른 아레나들도 잇따라 문을 열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