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인터뷰] 딥노이드 "사업다각화는 의료 AI 사업 지속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

기사입력 2023.03.06 13:40
디지털 헬스케어, 성공 전략을 말하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관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규제 완화, 적정한 수가 체계 마련, 서비스 비용 지급 주체 확보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실제 많은 업체가 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기업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국내 1세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딥노이드가 2022년 의료 사업 분야에서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면에서는 아직 적자를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비의료 AI 분야로 사업 확장을 선언한 이후 의료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기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성과다.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에게 의료 사업 매출 성장의 비결을 묻자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잘 버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의료 AI는 여전히 딥노이드의 1순위 사업 분야”라며, “사업다각화는 의료 AI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말했다.

  •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 /사진=김정아 기자
    ▲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 /사진=김정아 기자

    2008년 통신 모듈을 이용한 사물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최 대표는 고장 예측을 해달라는 고객사의 요청으로 지금의 AI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AI 분야 중 의료 AI를 선택한 것은 병원이 ‘데이터가 가장 많고, 잘 관리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AI 개발과 활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최 대표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이 증가하며, 치료 시장보다 예방과 돌봄 시장의 규모가 훨씬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 예측과 예방을 위해서는 치료 시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런 의료 데이터의 증가와 함께 의료 AI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사물인터넷(IoT)이나 스마트워치로 수집된 운동량, 식단 등의 개인 건강 데이터는 앞으로 건강 검진으로 생성되는 의료 데이터 못지않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서로 다른 특성의 파편화된 데이터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냐다.

    최 대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의료 데이터를 AI 없이 체계적으로 빠르게 판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앞으로 의료 분야에는 더 많은 기술과 기업이 필요할 것이고, AI와 IT가 중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과 의료 AI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의료 AI에 관심을 두는 것은 대학병원과 같은 큰 병원과 소수의 의사뿐이었고,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의료 분야에서 수익 확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줄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길이 맞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제품의 주 사용자인 의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무엇을 해야 할지 이제는 좀 명확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의료인이 의료 AI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엔진이 있어도 프레임이 없으면 자동차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의료 AI도 솔루션만 갖고서는 사업 확장이 힘들다는 이유다.

    딥노이드의 핵심 제품은 엑스레이(X-Ray), CT, MRA 등의 의료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진단을 보조하는 AI 솔루션이다. 하지만 AI 솔루션만으로는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의료 현장에서 딥노이드의 AI 솔루션이 사용되려면 의료 영상을 디지털로 바꿔 저장해두고 관리하는 병원 필수 프로그램인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의 연동이 필수인데, 이미 병원에 진입한 PACS 업체가 타사의 솔루션 적용을 위한 시스템 변경 작업에 비협조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최 대표는 자사가 개발한 AI 솔루션을 병원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인 ‘딥팍스프로(DEEP:PACS PRO)’를 개발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흔한 기술인데, 또 개발할 필요가 있냐고 했던 제품이다. 또한, 의사가 AI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를 알리기 위한 교육 AI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코딩 플랫폼 ‘딥파이(DEEP:PHI)’를 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해당 플랫폼은 코딩이나 앱 개발 지식이 없는 의료진이 원하는 의료 AI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했다.

    최우식 대표는 딥노이드의 모든 기술이 의료 AI 사업을 위해 개발됐으며,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의료 AI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자연스럽게 사업다각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글 등 세계적인 AI 기업도 전체사업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그 서비스를 잘하기 위한 인프라와 관련된 사업이다”라며, “우리도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태계는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전문기업 연합체인 ‘X4 AI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것도 의료 AI와 기반 기업들을 모아 함께 시장을 만들고, 흐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최 대표는 “한국은 투자 규모가 작아 우리끼리라도 뭉치지 않으면, 중국 등 자본이 많은 해외 기업에 주권을 뺏길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작은 것이라도 함께 도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
    ▲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

    최 대표는 실생활에서 진짜 사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어내는 것이 딥노이드의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챗GPT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진단 보조 의료 AI는 사진 판독 시 위치와 의심 질환을 알려주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의사가 궁금한 것을 찾아주고, 바로 보여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 이미지 기반의 인공지능 회사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딥노이드는 현재 챗GPT 연결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친 상태이며,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우식 대표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이제 의료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거대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회의’를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과 창업 지원 강화를 약속한 만큼 많은 이가 다시 관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의료 서비스는 빙산의 일각처럼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의사가 정말 원하는지, 시장이 필요한지, 내가 이것을 잘 할 수 있는지 등 숨겨진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필요하다. 종합 플랫폼 회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박함이 중요하다. 절박함을 갖고 좀 더 노력한다면 앞서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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