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획특집] 현대자동차·기아, 중고차시장 진출 코앞… ‘레몬 마켓’ 오명 벗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22.11.29 14:01
중고차 시장의 ‘메기’가 온다 ②
  • 지난 3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대기업의 진출이 대표적인 ‘레몬 마켓(저품질의 재화, 서비스만이 거래되는 시장 상황)’으로 인식되어 온 중고차 시장을 정화한다는 의견과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골목 상권 침해’라는 의견이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사업진출에 따른 기존 중소 중고차사업자의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절충선을 찾는 데 많은 고심을 기울였다”고 밝히며,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과 기아의 중고차 판매 1년 유예를 주요 내용으로 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해당 권고안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예정보다 약 1년 연기된 내년 5월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내년 1~4월에는 각각 5천 대 내에서의 인증 중고차 시범 판매가 허용된다.

    또한, 중고차 시장 진출 후에도 초기 판매 물량은 한동안 제한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각각 전체 중고차의 2.9%와 2.1%,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와 2.9%만 판매할 수 있다.

    권고안 발표 이후 양사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사업조정 결과는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해 내년 1월에 시범사업을 선보이고, 내년 5월부터는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당찬 사업 포부를 드러냈다.

  • 이미지 제공=현대자동차
    ▲ 이미지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와 기아는 대표적인 ‘레몬 마켓’으로 여겨지는 국내 중고차 시장의 이미지 변화에 가장 집중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신뢰 확보’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정밀한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단, 인증중고차는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만을 대상으로 한다.

    현대차는 자사 중고차 품질인증을 위해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하고, 전용 허브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허브기지에는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는 스마트 장비를 갖춰두고, 정밀진단 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한다.

    기아도 인증중고차 전용시설인 리컨디셔닝센터를 설치한다. 소비자가 차량 성능진단과 상품화, 품질인증 등 중고차가 고품질의 차량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점검 공간을 마련한다. 고객이 직접 차량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승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가격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여수명과 안정성 등을 첨단 진단장비로 측정한 후 최저성능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을 인증해 판매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자 중고차 정보서비스가 활성화된 해외시장을 참고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보여주는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아는 ‘소유’와 ‘사용’의 경계를 허문 ‘선(先)구독 후(後)구매 프로그램’을 선보여 기존 중고차 시장과 차별을 둘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은 이유는 시장 내 허위∙미끼 매물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성능∙상태점검기록부’상 제시된 차량상태와 실제 차량상태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은 구입을 희망하는 차량을 한 달 동안 내 차처럼 운행하면서 실제 차량 성능과 품질을 면밀하게 테스트한 후 구매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최종 구매 시 한 달간의 이용료가 면제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차량을 장기간 체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의 행보가 중고차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 5월 “앞으로 완성차업계는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고 품질 좋은 차량을 공급하고, 기존 중고차 매매상에겐 넓어진 사업기회를 제공하며, 자동차 부품업체에는 새로운 부품 시장이 열리도록 하는 등 소비자, 중소 중고차 매매상, 자동차 부품업체 그리고 완성차 업체가 모두 윈-윈하는 선진화된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생의 중고차 시장 탄생을 기대해본다.

최신뉴스